2023. 8. 11. 01:09ㆍ한드 - 나의 아저씨
나의 아저씨 12화 리뷰입니다.
동훈의 손에 난 상처를 보고 묻는 기훈.
"손은 왜 그래?
"현장에서 일하다가 다쳤어..."
...
"기훈아..."
평소에 자신을 부르는 호칭과는 달랐는지... 기훈은 둘째 형을 의아하게 쳐다봅니다.
<회상>
"내가 부족했다고 쳐. 나는 하려고 했는데... 아주 많이 모자랐다고 쳐. 그래! 그래서 이혼하고 싶었다고 쳐. 그렇다고... 그놈하고 놀아나? 너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없어? 너 그렇게 멍청한 여자였냐?... 그 새끼랑 짜고 나 회사 짜르고 거지 만들면 이혼하기 쉬울거라 생각했어? 맘 편히 그새끼랑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냐구! 그럼 지석이는? 너 지석이 생각했으면 그딴 짓 못했어... 애 생각했으면... 애 아빠를 그렇게 망가뜨릴 생각 못했다구. 어떻게 그딴...."
"왜... 왜... 왜?"
배우자가 바람피운 것도 눈이 뒤집어지는 일 일 텐데... 그 상대가 평소 경멸하고 멀리하고 싶었던 지인이라면 얼마나 더 열이 받을지...
딴생각을 하면서 설거지를 하다가 정희에게 한 소리 듣는 동훈.
"그래서 닦이겠니? 세제 좀 더해라. 뜨거운 물 아꼈다 뭐 할라구? 고무장갑은 왜 안 끼고? 손은 까져가지고..."
<회상>
"힘들게 일하고 들어와서... 지저분한 거 보면 화나겠지... 들어오자마자 세탁기 돌리고, 청소기 돌리고... 근데 너 오자마자 서재에 처박히면... 난 눈치 보여서 TV소리도 못 키우고... 뭐 없다... 뭐 사와라... 그러면 사 오고... 너 출장 간다 그러면 그런가 보다... 바빠서 그러겠지... 바빠서 그러겠지... 어후... 그 새끼랑 그런 것도 모르고..."
동훈이 종종 전화해서 마트에서 뭐 사갈 거 없을지 물어봤던 게 다 이유가 있었군요. 얼마나 서러웠는지... 말끝에는 흐느끼는 동훈. 문짝 하나 부수고 끝낸 동훈은... 인내심의 왕!!
"이야.. 참 깔끔하고 상쾌하게 긁어놨다. 어?"
"하... 그만 좀 자빠져라. 나 맘 안 좋다. 그래도 내 새끼였는데..."
"내가 너보다 쟤한테 훨씬 잘해! 넌 쟤 아무 데나 댔지? 나는 밤마다 예쁜 차 골라가지고 옆에 딱 대줘. 이씨... ... 예쁜차 옆에 대준날은 아침에 벌써 달라. 시동 걸 때 소리가... 부라랑~ 부라랑~ 아주 신나 있어 애가."
<회상>
듣고 있기만 힘들었는지 항변하는 윤희
"난 내 인생의 1순위는 당신이었어!"
"맨날 그놈의 1순위. 식구끼리 서열이 어딨 어."
"있어야지! 내가 당신이 첫 번째라고 하면 당신도 내가 첫 번째가 돼야지. 사랑에 두 번째가 어딨어? 두 번째로 많이 사랑하는 게 그게 사랑하는 거야? 내가 두 번째이기나 해? ...... "
일반적인 여자들의 내편론. 1순위론. 이런 주장이 이해가 되는 상황도 있겠지만... 지금 윤희의 상황에서는 설득력이 약해 보입니다. 동훈의 입장에서는 속이 더 뒤집어질 듯...
조기축구대회에 참전하는 후계동 용사들.
"야 웬만하면 첫 판에 지자. 이기면 다음 주에 또 가야 되고 골치아퍼."
"꿈도 야무지다. 다음 주에 또 갈 생각하고..."
"4강까지 가면 제주도 보내준데요."
"야 내 돈 주고 가고 말어. 4강까지 가려면 한 달 동안 주말 내내 뛰어야 되는데..."
<회상>
"난 이 동네가 싫어. 당신 주위에 바글바글 대는 사람들 다 싫어! ... ... 너무 억울한 게... 사람들은 모른다는 거... 당신이 옆에 있는 사람 얼마나 외롭게 하는지..."
동훈의 인생에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 사람들을 모두 부정하고 싶은 윤희. 누가 나쁜지를 떠나서... 이 커플은 진즉에 헤어졌어야 합니다. 너무 안 맞으면 용기 내서 진작에 맞는 사람 찾아 떠났어야죠...
집착하는 사람, 집착해 주기를 원하는 사람, 다른 사람과의 교류나 혼자만의 시간을 존중해 주기를 원하는 사람...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상대방을 자기 기준에 맞추려고 하니까 힘든 거 아닐까요?
어쨌든... 니가 나를 외롭게 해서 바람을 피웠다... 이딴 개소리는 상처받은 상대방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형수랑 싸웠어?"
"싸우기는..."
"나 오늘 공 차면서 절대 안 싸울 거다. 내가 이따 어떤 새끼 잡으러 가야 되거든. 모든 울분을 모아 모아... 그 새끼한테 퐉! ...... 나 뚜껑열려서 독설 날릴때 못봤지? 엄청 매력적이다! 대따 섹시해~ 말도 예술로 나와. 한마디 한마디 이런 주옥같은 독설이 없다. 말도 운율 맞춰서 딱 딱 리듬있게 나와!"
"내가 형을 위해서 그새끼 족치는 거는 내일로 미룰게. 말해. 뭐야?"
"운전이나 해 인마."
"말 안 하냐?"
"내가 니 동생이냐 인마?"
"에휴... 내가 살면서 형이 나한테 기훈아~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는 거 못 봤어. 죽을 날 받아 놓은 사람처럼... 아 뭔데 그러냐고... 손도 까지고."
동훈은 끝까지 말을 하지 않습니다.
할머니를 산책시켜 드리고 다시 침대로 와서 눕혀드리는 지안.
병시중을 오래 해서 그런지 할머니를 도와드리는 행동이 매우 능숙합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동훈 아저씨에게 썼던 메모를 보게 됩니다.
"내가 이제 마음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안심이 되요. 우리 지안이 옆에 선생님 같이 좋은 분이 계셔서."
할머니는 동훈을 지안의 연인으로 오해했을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상>
"사시패스하고 결심했었어. 이 동네 떠야지. 딴 데로 이사 가서 우리 셋만 살면... 당신도 달라지겠지. 이사얘기만 나오면 입 다물어버리는 당신 보면서 포기하기 시작했던 거 같애. 어떻게 해도 안 되는 사람이구나... 어떤 말을 해도 용서받지 못할 거라는 거 알아. 백번 천 번 내가 죽을 죄인인 거 알아. 당신이 다 알고 있었다는 거 알고 죽고 싶었어.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내가 너무 싫어서 죽고 싶었고... 당신이 너무 불쌍해서 죽고 싶었어... "
<회상>
"당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뭔지... 피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 이 결혼 깨고 싶지 않은 게... 나에 대한 애정이 남아서는 아니잖아. 그지?... 어머님 하고 지석이 생각해서 당분간 조용히 살자 그러면 그렇게 할게... 더는 안 되겠다... 못 살겠다 끝내자. 그럼 그렇게 할게. 당신 하자는 대로 할게."
<회상>
"나 덜 힘들자고 당신 괴롭게 하면서 살 생각 없어. 다만... 당신 만나서 지금까지 20년 살아왔는데... 어떻게 끝내야 될지... 어디부터 어떻게 갈아엎어야 될지... 모르겠어서 그래. 당신만 모르면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너무 힘들게 됐어. 당신도 나도."
축구 게임을 끝내고 돌아가던 중 신호대기를 하면서 우연히 길가에 서 있던 지안과 눈을 마주치게 된 동훈.
신호가 바뀌면서 차가 급히 출발해 말을 걸지는 못 했습니다.
지난밤 아내와의 괴로웠던 기억으로 하루종일 마음이 무거웠던 동훈에게... 아주 짧은 위로의 시간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총 합산하면... 57점. C등급이에요. 다른 건 증거자료가 다 있어가지고 손을 못 대도 설비점수만 좀 낮게 주면... D. 많이 낮춘 것도 아니에요. 2점만 낮추면 돼요."
"설비 다시 봐봐."
"여기 설비 쪽도 노후된 건 사실이에요."
"좀 내려봐."
"네."
"수정하지 마. 이 수치 맞아."
"근데 이거 C 나와서 재건축 물 건너가면... 후폭풍 장난 아닐 텐데요."
"구조기술사는?"
"구조적 판단만 한다."
"정치적 판단하지 마. 기술자는 기술 쪽 판단만 해."
상무면접대비를 평소 하던 곳에서 장소를 옮긴다는 정상무의 문자.
바쁜 일이 있다고 잠시 앙탈을 부려보지만...
"지금 그게 중요해?"
해킹앱으로 동훈의 문자를 모두 볼 수 있는 지안.
문자를 훔쳐보고는 슬쩍 아저씨를 쳐다봅니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우리한테 먼저 와서 알렸어야지! 대표이사실 쳐들어가서 무턱대고 주먹부터 날려?"
"죄송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그냥 되는 판인걸... 이지안만 잘 넘어가면 되는 판인걸!! ... 혼자 움직이지 마. 박상무가 무슨 자료 넘겨줘도 우리한테 먼저 보고해. 지금 부산에 혼자 떨어져 있는 사람이랑 손 발맞추게 생겼어? 그리고... 사람들한테 자네가 도대표 학교 선밴걸 자꾸 각인시키지 말라구! "
"뭐어... 현재 임원중에 도대표보다 나이 어린 사람 있나..."
"그래도 학교 직속 선후배 사이는 다르지... 열패감 들게 보이잖아."
반대파 진영에서도 특훈이 한참입니다.
근데 인터뷰 준비보다는 오로지 박동훈을 까 내릴 생각만 하는 것 같습니다.
"100% 저쪽에서는 송석범 과장 인터뷰 시킬 거야. 그럼 우리는? 박동훈 설계 쪽에 있을 때 사이 안 좋았던 부하 없어? 죄책감 같은 거 없이 용감하게 나쁜 말 막 ~ 해줄 인간? 응?"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그럼 그냥 총대 메라 그러고... 시켜! 유태석 과장!"
인터뷰 준비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파벌.
서로 당황합니다.
"이거 되게 골 때리게 됐네.... 뭐 타셔야지."
"서울시내 하고많은 호텔 중에... 여기서 이렇게 부딪히네... 많이들 연습하셨어요?"
"뭐... 연습하고 말고 할 게 있나?"
"진짜 골 때리네... 어떻게 이렇게 만나냐... 허허허."
"웃지 말고..."
정상무보다는 선배인 건지 윤상무가 매몰차게 말합니다. ㅎ
이사들이 차에 타고 돌아가는 장면.
깡패들 나오는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광경입니다.
이사님들이 모두 가실 때까지 인사하느라 목이 아픈 두 후보.
겨우 다 보내고 둘 다 한숨을 쉽니다.
상대편 후보가 동훈의 후배 같습니다.
"할만해?"
"부장님은요?"
"이 짓도 쫌만 있으면 끝이다..."
"너랑 나랑 둘 중에 누가 될 거 같냐?"
"부장님이요!"
"고맙다."
"들어가세요."
"음... 가"
곧바로 송 과장과 통화하는 동훈.
"피곤하실 텐데 그냥 들어가세요. 내일 아침에 오시면 보시고 도장만 딱 찍으시면 되게끔 저희가 꼼꼼하게 체크해 놓겠습니다.... 옙"
하지만 박동훈이 부하들 야근시켜 놓고 혼자 집에 갈 사람이 아니죠.
"어! 부장님!"
"아이... 안 오셔도 되는데..."
"우리끼리 할 수 있는데..."
말과 다르게 입이 찢어지는 김대리. ㅋㅋ
"두 시간 내로 끝내고 막차타자!"
"옙"
아저씨 깜놀!
지안도 집에 가지 않고 돕고 있었습니다.
동훈에게 서류를 바로 가져다주는 지안.
놀라는 동훈에게 송 과장이 고합니다.
"달라졌어요. 제가 아까... 혹시... 야근.... 까지밖에 말 안 했는데... 바로 '넵' "
일을 끝내고 마지막 전철을 타기 위해 달리는 다섯 명.
형규는 가는 방향이 달랐는지 사라지고...
남은 네 사람.
열심히 뜁니다.
조기축구로 평소 체력을 관리해 온 동훈과 특기가 달리기인 지안은 세이프!
송 과장과 김대리는 간발에 차이로 늦었습니다.
김대리가 송 과장에게 한마디 합니다. ㅎ
"아 운동 좀 해요... 나 혼자였으면 탔다 이거..."
송 과장과 김대리가 못 탄 걸 보고 안타깝게 바라보는 동훈과 지안.
"웬일로 야근을 다 했냐?"
"말 잘 들으라면서요."
"보고 싶어서 기다렸어요."
이제 막 들이대는 지안?
"뭐지 그 눈빛은? 왜 또 이러나... 알아듣게 얘기한 줄 알았는데... 뭐 그런 건가? 알아듣게 얘기 안 했어요. 더 좋아하게 만들었지. 사람들한테 물어봐요... 그게 찬 건가. 온갖 멋진 말들로 더 좋아하게 만든 거지."
"걱정 마요. 어디 가서 티 안내요. 나가지고 뭐라고 떠드는지 다 아는데...... 어색해지셨나?"
"너... 나 왜 좋아하는 줄 알아?... 내가 불쌍해서 그래. 니가 불쌍하니까 너처럼 불쌍한 날 끌어안고 우는 거야."
"아저씬 나한테 왜 잘해줬는데요?... 똑같은 거 아닌가?... 우린 둘 다 자기가 불쌍해요."
파파라치가 다른 칸에서 넘어오고 있습니다.
지안이 이를 눈치챕니다.
"따돌린 줄 알았는데... 따라붙으면서 사진 찍는 사람이 있었는데... 눈치 못 챘죠?"
동훈에게 얘기를 해주고 다른 칸으로 자리를 옮기는 지안.
파파라치는 지안이 가는 걸 쓱 보더니...
동훈의 맞은편 자리에 와서 앉습니다.
잠시 당황했던 동훈이 파파라치에게 말을 합니다.
"저기요. 핸드폰 좀 볼 수 있을까요?"
걸렸구나 싶은 파파라치는 동훈을 피해 대답하지 않고 막 걸어갑니다.
지안이 서있던 곳도 지나쳐 갑니다.
정희네에서 술을 먹고 돌아가려던 형들과 마주치는 동훈.
지안을 처음 보고 의아해하는 후계동 사람들.
"아... 회사 여직원. 야근하고 늦게 끝나가지구... 데려다주느라고."
서로 어색하게 인사하는데... 정희가 밝게 웃으며 먼저 말을 겁니다.
"안녕하세요 ~ 우리 동훈이가 회사를 다니긴 다니는구나... 여직원도 있구..."
"어디 사시는데?"
"저기... 안암초등학교 뒤에."
"어우... 거긴 데려다줘야지. 거기 외져서 좀 그래."
"갔다 와. 기다릴게."
"됐어요. 혼자 갈게요."
"아니야.. 가자"
"같이 가자~"
호다닥 뛰어서 다 같이 가는 분위기를 만들어버리는 정희.
"신난다~! 멀리 간다~! 같이 가요"
"그래. 어차피 가는 방향인데 같이 가자~"
"난 우리 회사 여직원이 우리 동네 사는 거... 퇴사하고 알았다? 어떻게 그렇게 철두철미하게 숨어 다녔나 몰라... 전철에서 한 번을 못 봤어."
"그렇게 상사가 싫은 거야.... 상사 단골집 있는 거 알았으니 이제 빙~ 돌아가야겠네요?"
... ...
"야이... 우리 동훈이가 부딪히면 피해 갈...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다!"
동생편드는 형.
거기에 반박하는 재철.
"세상 모든 부장 놈들은 다들 미친놈, 개놈, 죽일 놈들이 야. 아닌 놈이 없어."
"ㅋㅋㅋ"
"그죠? 아 그냥 혼자가도 된다는데... 이 미친 부장이 또 오바를 해요.... 그래도 우린 또 그게 아니야. 야근까지 시켰는데... 아 택시비 주면 되잖아. 돈은 또 안 줘요. 왜 그러니 동훈아."
"택시는 안전해?"
"얘는 안전해?"
"쟤는 안전해."
"그만해라 쫌. 이러니까 싫어하는 거 아냐."
"미안해요... 술을 좀 해서. 헤헤"
"동훈이 쟤는 안전해. 내가 옛날에... 내가 여기서 또 옛날 얘기를 합니다. 옛날에 쟤랑 보름동안... 그 새끼 찾아서 전국팔도의 절이란 절은 다 뒤지고 다녔는데... 아무 일이 없었어. 남녀가 보름을 같이 숙식을 했으면 뭔 일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아무 일도 안 일어나냐?"
"ㅎㅎㅎ"
"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해. 20대였는데... 이 나쁜 놈의 시키. 어딨는지 다 알고 있었으면서... 보름을 뺑뺑이를 돌리냐?"
"아.. 왜 그래 또.."
"우리도 아가씨 같은 20대가 있었어요. 이렇게 나이들 생각하니까 끔찍하죠?"
"전... 빨리 그 나이 됐으면 좋겠어요. 인생이 덜 힘들 거잖아요."
잠시 멈춰 서서 지안을 짠하게 바라보는 아저씨들...
당황하는 지안.ㅎ
정희가 웃으며 지안에게 팔짱을 끼고 먼저 걸어갑니다.
지안의 집으로 가는 계단에 도착.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갑니다.
지안의 집 파란 대문까지 왔습니다.
올라오기 힘든 높은 곳이지만, 밑을 바라보는 경치가 좋습니다.
"아... 공기 좋다. 좋은 동네 사네..."
갑자기 옆집을 향해 누군가를 부르는 상훈.
"철용아~! 문철용~!"
"안녕하세요. 이 밤에 어쩐 일이세요."
"동훈이 회사 직원분이신데 여기 사신다네. 이상한 놈들 기웃거리지 않는지 평소에 좀 잘 봐봐."
"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자라~"
지안에게 인사하는 정희.
"잘 자요~"
"감사합니다."
그동안의 툭툭 내뱉던 말투와는 다르게... 한 층 더 부드러워진 지안의 목소리 톤.
지안의 변화하는 모습에 여러 번 놀라는 동훈.
"우리 가게 놀러 와요. 아까 거기. 정희네."
"들어가라. 문단속 잘하구. 무슨 일 있으면 저기.. 문철용 부르고... 간다."
아까 했던 지안의 한마디에 생각이 많아진 어른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어려서도... 인생이 안 힘들진 않았어..."
유라가 출연 중인 영화 편집실에 찾아온 기훈.
유라가 연기했던 영상들을 돌려보고 있습니다.
"애가 원래 살짝 똘끼가 있잖아. 처음엔 잘한다... 잘한다...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애가..."
촬영 중 계속되는 감독의 NG사인.
유라는 계속되는 감독의 비난에 점점 위축되어 갑니다.
"아니... 그걸... 그렇게 하냐.... 아이씨..."
...
"갈수록 완전히 얼어서... 눈빛 봐..."
"안감독... 여기 감자탕집에 있대. 가자."
"에휴... 슬프다. 나 같은 인간이 또 하나 있다는 게... "
"어여 가자. 일어나기 전에."
"그냥 갈랍니다."
"뭐야... 안감독 잡으러 안 가? 뭐야... 간만에 싸움 구경 좀 하나 했더니... 그냥 가? 안감독 잡아 죽인대매!"
다음날... 기훈을 찾아온 유라.
"나 납치해 주면 안돼요? 그만두긴 쪽팔리고... 자신 없어서 도망치는 인간으로 낙인찍히는 건 못견디겠어요. 한 6개월만. 나 납치해주면 안되요? 내가 부탁했다는 건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고..."
"너 그냥 나랑 청소나 할래?"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나도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너 여기 와서 맨날 징징대고 빌빌대다가 나랑 눈 맞아서 결혼해. 무섭지 않냐?"
"나는 여기서 감독님한테 납치당해서... 애를 낳아도 상관없어요. 이것만 피할 수 있으면..."
"애를 낳는 그 심정으로... 가서 죽기 살기로 싸워. 버텨. 개겨. 왜 그건 못하는데?"
"그냥 납치해 주면 안돼요?"
"그냥 때려쳐. 내가 한 번이면 그러려니 한다. 두 번이면 너한테도 문제 있는 거야. 어? 원래 니 간뗑이가 고만한거야. 어? 그릇이 안 되는 게 크게는 되고 싶고... 욕 처먹을 그릇은 안되고... 때려치우고 그냥 알아서 살아."
"여기 오지 마 씨. 맨날 남의 영업장 와서 징징대고... 기분 잡치게."
"못 봐서 안달일 때는 언제구!"
"빨리 가아."
회사 감사팀 메일로 드디어 동훈과 지안의 사진이 올라갔습니다.
이를 발견한 기범이 바로 지안에게 전화해서 알려줍니다.
"지워. 당장 지워. 누가 읽기 전에 얼른 지워."
"이쪽에서 받았다는 확증이 있을 때까지 계속 보낼 텐데?"
"메일 열어놓고 지키고 있어."
"언제까지?"
"기다려."
잠시 고민하더니 윤희에게 전화를 거는 지안.
하긴... 지금 상황에서 도준영을 막을 사람은 윤희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박동훈이 왕전무가 미는 사람이가? 최도훈이 자네고? ... 이 사람들 앞으로 안 볼 사람들도 아닌데... 양쪽 다 적당히 해."
"그래도 검증이라는 공식적인 절차에 맞게..."
"둘 다 우리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한 사람들인데 모르는 게 뭐가 있겠어? 괜히 감정 상하게 해서 하나라도 나가게 하지 말어. 둘 다 아까워. 적당히 해."
"네."
"적당히 하면 너무 답이 보여서요."
도준영을 도발하는 왕전무. ㅋㅋ
"저 임원중에 제일 어립니다. 짬밥순... 이제 그런 거 없지 않나요?"
"누가 짬밥순 이래? 실력순 얘기한 거야."
"왜 이래! 이럴 거야들?"
윤희가 도준영을 찾아왔습니다.
지안의 연락을 받았겠죠.
"동훈 씨랑 다 말했어. 내가 이제 동훈 씨한테 못 할 말이 뭐니? 너 그 애 데리고 한 짓... 다 말하면 넌 끝이야. 그래도 한 때를 생각해서 거기까진 말하지 않을 테니까... 조용히 그만둬."
"스캔들? 미쳤니? 내가 머리 박고 죽고 싶어. 너 같은 애를 좋아했다는 게 너무 챙피해서."
"나만 나빴어? 너랑 결혼하려고 벌였던 짓이야."
"웃기지 마. 너 나랑 결혼할 맘 없었어. 그리고 나랑 끝났으면 그만해야지... 왜 동훈 씨 계속 망치려고 들어? 순전히 니 욕심 때문이면서."
항변하는 준영에게 더 이상 얄짤없는 윤희
"그만두라고! 동훈 씨 망치는 짓. 나하나 망가진 걸로 모자라서 동훈 씨까지 니 손에 망가지는 꼴 못 봐."
이때 지안이 천천히 걸어옵니다.
"확실히 해두려고 불렀어. 너 이 사람이 시키는 짓 그만해. 동훈 씨 근처도 가지 마. 그리고 회사 그만둬."
"지금 그만두면 박동훈이 불리할 텐데... 내 문제 안고 가서 정면승부 보시겠다는데..."
"무슨 문제?"
"벌써 좀 했거든요..."
"뭘 해? ... 똑바로 말 안 해?"
"왜요? 잤을까 봐요? ㅎ 웃기려 그러네. 자긴 별 짓 다해놓고... 회사에 소문 다 났어요. 나랑 박동훈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사진도 찍혔고."
"무슨 사진? 무슨 짓을 했길래 그런 소문이 돌아? 왜?"
"너 얘랑 동훈 씨 그렇게 몰아가는 순간 나 다 말할 거야. 너랑 바람피운 거. 얘 너한테 사주받고 동훈 씨한테 일부러 접근한 거. 박상무 잘라낸 거. 다 말할 거야! 다 말하기 전에 당장 그만둬."
"너도 그만둬."
도준영에게 묻는 지안.
"어떡할까요? 다 써버려서 돌려줄 돈도 없구..."
"어떻게 하고 싶은데? 내가 그만두라면 그만둘 건가?"
"그만두죠... 대외적으론."
"무슨 소리야?"
둘의 대화가 이해 안 되는 윤희.
지안은 가버립니다.
"니가 나 생각해줘서 동훈선배한테 쟤 존재 오픈못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데... 쟤 존재까지 알고 있었다는거 들통나면 선배한테 완전히 팽당할까봐 못하는거지... 니가 제일 비겁해."
"내가 아무리 그래도... 너 정도 쓰레기는 아니야. 어차피 우리 못살아. 동훈 씨하고 나. 우리가 지금 어떤 지옥을 살고 있는줄 알아? 자기가 경멸하는 남자랑 놀아난 아내가 있는 집구석에 돌아와야 되는 동훈씨도 지옥이고... 그런 동훈씨 증오 참아내야 되는 나도 지옥이야. 다만... 동훈 씨가 그렇게 경멸하는 너 때문에 자기 가정이 파괴된 것처럼은 안 보이게... 욕하면 욕먹고... 구박하면 구박받고... 그 사람 증오 다 받아내다가 너 때문에 헤어지는 게 아니고 나 때문에... 나에 대한 애정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서 헤어지는 걸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그게 내가 동훈 씨한테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이야."
"이게 내가 한때... 바보같이 널 좋아한 대가고... 동훈 씨 배신한 대가야."
"박동훈 주변 여자들은 왜 다 이모냥 이 꼴이냐? 쟤가 작전으로 박동훈한테 접근한 거 같애? 나도 쟤한테 속았어."
지안이 동훈을 좋아한다니깐 머리가 띵... 울리는 윤희.
파파라치와 흥신소를 썼던 수고가 물거품이 되어버린 준영.
하지만 바람피운 상대가 다 까버린다고 나오니 방법이 없습니다. ㅎ
맨날 동훈에게는 다 까버리자고 큰소리를 쳐도 윤희에게는 못하는 찌질이 녀석.
"감사실에 전화해서... 감사실로 들어오는 익명제보 같은 거 하나도 풀지 말라고 하세요. 회장님 지시라구요. 깔끔하게 가라는..."
신경이 쓰여 지안에게 전화해서 직접 물어보는 윤희.
"너 진짜 동훈 씨 좋아하니?"
"네."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지안.
"... 그래. 어쨌든 고맙다. 먼저 전화해 줘서 고마워."
집에 돌아와 보니 불청객 하나가 와 있습니다.
"할머니 어따 숨겼냐?"
"이제 나랑 볼 일 없을 텐데?"
"허... 보고 싶어서 왔다. 넌 나 안 보고 싶었냐?"
"너도 니 아빠랑 하나 다를 거 없는 쓰레기야. 보고 싶은데 볼 핑계는 없고... 어떻게 봐야 되나... 그냥 가서 패버릴까... 멍청한 새끼."
"미친 X. 보고 싶어서 때렸겠냐? 미워서 때렸지. 울 아버지 죽인 년... 미안하단 말 한마디 안 하는 년... 죽도록 미워하는 게 맞지.. 씨."
"그래서 미운 마음이 좀 풀리디?"
우연히 광일이 지안과 얘기하는 걸 본 문철용 씨.
형님들의 부탁도 있었고 별 일이 없는지 지켜봅니다.
"여기 올라오는 길... 옛날 그 언덕길 닮았다. 울 아버지한테 맞고 정신 잃은 널... 업고 올라오던 그 길..."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확 죽여버릴까... 그냥 내가... 죽어버릴까..."
"..."
어렸을 땐... 이렇게 원수 같은 사이가 아니었는데... 이렇게 된 이유가
지안의 진심 어린 사과가 없어서였다는 걸까요?
훔...
언젠가 동훈이 얘기했던 "내 식구 패면 나도 죽여."라는 말도 공감이 가지만...
광일이 입장에선 쓰레기 같아도 하나뿐인 아버지였으니... 미워할 수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어우... 복잡합니다.
"동훈이 승진결과는 언제 나온데?"
"우리도 몰라요."
"애가 목소리가 힘이 없는 게... 뭔 일이 있나?... 물어보기도 뭐 하고..."
"자꾸 전화 좀 그케 하지 마요... 그깟 상무가 뭐라고... 애달복달."
"누가 나 좋자고 그래? 안되면 걔 실망할까 봐 그러지."
"형은 엄마가 더 실망할까 봐... 그게 더 스트레스야. 형한테 관심 좀 꺼요 쫌."
"넌 왜 얼굴이 별로야? 밥 잘 처먹고?"
"뭔 일이 있는데... 나한테 말을 안 하는 거 같애. 그것들은 어려서부터 한 놈이 뭐 안 좋은 일 있으면 셋 다 기분 안 좋았는데... 동훈이한테 뭔 일이 있나... 어제 통화하는데 목소리도 그렇고... "
"동훈이는 아무 문제없어요. 기훈이가 여자랑... 좀 안 좋은 거 같은데... 걔 좋아하는 여자 있어요."
"청소하는 것도 알아?"
"알아요. 모른척하세요."
"어떤데?"
"모르겠어요."
"별로야?"
"기훈이랑 어울려요."
"많이 이상해?"
ㅋㅋㅋ
종종 엎어지는 좌회전 구간.
또 신호 받으려고 무리하게 질주를 하다가 급정거를 하게 되는 상훈.
기훈은 열받아서 차에서 내려 상훈을 잠깐 닦달하다가... 어디론가 씩씩대며 갑니다.
최근 유라를 엄청 갈구고 있는 안감독을 결국 찾아왔습니다.
"설마 설마... 했다. 진짜... 설마 설마마... 했다! 나 같은 놈이 또 있는 줄 몰랐다."
"우리 그러지 말자. 괜히 애 잡고 그러지 말자. 너... 왜 그런지 알아. 진짜 안다고 나는."
"아니... 애 연기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
"아니... 더 깊이 내려가봐. 내가 너한테 무슨 말하고 있는 건지... 다 안다고!"
"아니 알긴 뭘 알아요?"
"너하고... 나만 안다고! 우리가 얼마나 치사한 새낀지! 너 몰랐는데 연기시켜보니까 알겠지. 니 시나리오 완전 구린 거. 다들 그래... 종이에 써져 있는 거 보면 몰라. 찍다 보면 감 와. 망했다! 그딴 걸 갖고 전도연 데꼬 오면 뭐 달라질 거 같냐?"
"에이 정말 진짜!"
"야! 애 족쳐서 빠져나갈 생각하지 말고 그냥 찍으라고!"
"이 새끼야!"
"너 그러다가 내 꼴나 이 새끼야!"
"놔 이 새끼야."
"애꿎은 애 잡지 마!"
ㅋㅋㅋ
안감독과 한 판 붙고 유라에게 와서 인실직고 하는 기훈.
"10년 전에 너랑 찍던 그 영화... 찍으면서 알았어. 망했다. 클났다... 찍어서 걸면 100% 망하고... 난 재기도 못할 거 같았어. 난 그냥 어쩌다 천재로 추앙받는다는 거... 알았어."
"어... 근데... 천재이고 싶었어. 천재로 남고 싶었어. 다시는 영화 못 찍고 굶어 죽어도 천재로 남고 싶었어. 그래서 니탓하기로 한 거야. 내가 구박하면 할수록 니가 벌벌 떨면서 엉망으로 연기하는 거 보면서... 나 안심했어. 더 망가져라. 더 망가져라. 그래서 이 영화 엎어지자! 내가 무능한 게 아니라... 쟤가 무능해서 그렇다! 반쯤 찍은 거 보고 제작사가 엎자고 했을 때... 안심했어."
"사내새끼들도 치사한 게... 당할 애... 알아봐. 조지면 망가질 애 알아본다구. 너 찍혔어. 그 새끼한테 희생타로 찍혔어. 왜 거기서 찍혀... 씨. 조지면은 대들어. 바락바락 대들고.. 그냥 확 물어버려. 그때 니가 나한테 대들고 찍어 눌렀으면 나 이지경까지 안 왔어... 내가 너한테 그렇게 하고... 치사빤스 같은 내가 너무 싫어서... 그냥 내가 스스로 알아서 망가져 산 거야... 망가지자... 벌주자... 치사한 박기훈 이 새끼."
"어이없어라... 지금 내 탓하는 거예요?"
"앞으로 너한테 뭐라고 하는 새끼들... 그냥 다 죽여. 뒤는 내가 책임져."
훔... 언젠가 이렇게 고백할 거... 유라한테는 좀 빨리 얘기해줬으면 덜 방황했을 텐데... 싶네요.
정희네로 와서 상훈과 술로 기분을 달래는 기훈.
"형. 난 있잖아... 세상에서 내가 제일 싫고, 내가 제일 좋아."
"난... 그냥 내가 좋은데..."
"내가 그래서 형을 좋아해."
ㅋㅋㅋ
유라가 택시를 타고 기훈을 쫓아왔습니다.
술집에 들어오자마자 기훈의 뺨따구를 한 대 시원하게 날립니다.
그러더니 기훈을 기둥으로 몰아가서 머리를 처박고 우는 유라.
ㅋㅋㅋ
그 난리를 치고 서로 사귀기로 한 두 사람.
"먼저 차면 죽여버린다."
"나도 감독님이 먼저 차면... 죽여버릴 건데."
"나 청소부야. 넌 여배우고. 백퍼 니가 먼저 차.... 진짜 먼저 차지 마라!"
"서로 먼저 차지 말기. 약속!"
똘끼 충만한 한 커플의 탄생.
기훈은 보기보다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습니다.
유라가 머리를 어깨에 기대니깐 자꾸 밀어냅니다.
ㅋㅋ
뭐 저런 것들이 다 있나 싶은 상훈과 정희.
"쟤네는 무슨 남녀관계에 기승전결이 없냐?"
"남녀 사이에 무슨 기승전결은... 네 단계씩 빼는 것들은 초짜들이지! 남녀는 시작과 동시에 끝이 한방에 들어와!"
"아... 그래서 니..."
"뭐! 끝까지 얘기해 봐!"
"아니다. 미안."
"알고 있었던 거 같기도 해. 이렇게 될 거. 근데 이게 자꾸... 끝은 아닐 거 같단 말이지..."
"엄마. 나 여자 생겼어요! 내가 요새 얘 때문에..."
"도시락은?"
"도시락!"
"니가 갖고 와 씨.."
막내가 여자가 생겼다니깐 엄마도 슬쩍 웃습니다. ㅎ
늦게 온 동훈에게 기훈과 유라에게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는 재철.
"일찍 왔으면 재밌는 거 봤는데... 안타깝다 야."
"뭐가? 뭔데?"
"여기서 영화 찍고 갔어....... 기훈이한테 딱 가더니 귓망맹이를 올려붙이는 거야!"
"진짜?"
"어. 우리도 벙쩌가지고 있는데... 갑자기 또 기훈일 벽으로 확 밀어붙인다. 그러더니 또 끌어안고 울어! 펑펑 울어. 펑펑."
...
얘기를 들으면서도 혹시 지안이 지나가지 않나... 주위를 둘러보는 동훈.
허... 이 아저씨도 지안이 좋아하는 게 분명합니다!
동훈이 충전시켜 놓은 전화기로 겸덕에게 전화가 오는데... 정희가 이걸 보게 됩니다.
전화는 끊어지고... 문자가 오는데... 답장을 정희가 합니다.
"내 방에 주인 잃은 펜 하나. 너 보는 것 같다. 자냐."
"술 마셔."
"회사 사람들이랑?"
"아니. 정희랑. 정희생각은 나냐?"
"생각은 무슨... 봤어. 너 데려다주면서... 그대로더라..."
예전 남자친구와 문자를 몇 줄 주고받고는 집에 와서 우는... 열녀 정희.
ㅉㅉㅉ
상무후보 인터뷰날이 드디어 왔습니다.
이사들이 모두 방에 들어섭니다.
"그냥 무조건 나쁜 말만 하라구. 그게 뭐 어려워? 니들 맨날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면서 상사 뒷담화 잘하잖아... 그대로만 하라구."
곤란해하는 유태석 과장.
결국 포섭에 실패했는지 인터뷰 상대를 바꿔서 제출하는 윤상무.
"저희... 동료직원 인터뷰를 바꿀까... 하구요."
정상무가 종이를 가져와 보니 지안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이게 뭔 개수작이냐구요!"
"부하직원이면 됐지. 파견직은 안된다는 규정 있어요? 왜요? 뭐 꿀리는 거 있어요?"
결국 지안은 불려 오게 됩니다.
윤상무는 지안이 박동훈 부장을 좋아한다는 건 꿈에도 몰랐겠죠.
자충수를 두는 데는 재능충인 윤상무.
지안은 마음속에 갖고 있던 생각을 다 털어놓습니다.
"배경으로 사람 파악하고 별 볼 일 없다 싶으면 빠르게 왕따 시키는 직장문화에서 스스로 알아서 투명인간으로 살아왔습니다. 회식자리에 같이 가자는 그 단순한 호의의 말을 박동훈 부장님한테 처음 들었습니다. 박동훈 부장님은 파견직이라고... 부하직원이라고... 저한테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무리수를 두는 윤상무.
"그래서... 좋아했나?"
한동안 고민하다가 내뱉는 지안의 한마디.
"네."
웅성웅성.
잠시 왕전무파의 표정이 굳고, 윤상무파의 얼굴이 밝아집니다.
"좋아합니다. 존경하구요. 무시... 천대에 익숙해져서 사람들한테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고, 인정받으려고 좋은 소리 들으려고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근데 이젠... 잘하고 싶어 졌습니다."
그때 인터뷰장으로 들어오는 장 회장.
지안에게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얘기하라는 손짓을 날립니다.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어쩌면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오늘 짤린다고 해도... 처음으로 사람대접받아봤고... 어쩌면 내가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준 이 회사에... 박동훈 부장님께 감사할 겁니다."
"여기서 일했던 3개월이 21년 제 인생에서 가장 따뜻했습니다. 지나가다 이 회사 건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고... 평생 삼안 E&C가 잘되길 바랄 겁니다."
묵묵히 지안의 얘기를 듣는 장 회장.
하지만 윤상무는 이렇게 끝낼 수는 없었습니다.
이어지는 자기 수준에 맞는 천박한 질문.
"그래서 둘이 어디까지 갔냐고?"
윤상무를 한 번 놀려주는 지안.
"집까지요... 한 동네 삽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정상무가 동훈을 불러 얘기합니다.
"이지안. 말도 잘하고 똑똑하던데? 잘했어. 됐어!"
안 그래도 박동훈의 팬인 장 회장은 더 감동을 먹었습니다.
왕전무에게 신신당부를 합니다.
"박동훈이한테 이번에 진짜 밥 산다고 그래."
"예"
저녁에 퇴근하고 동네 술집에 들른 동훈과 지안.
"용감하다."
"근데... 나 그렇게 괜찮은 놈 아니야."
"괜찮은 사람이에요. 엄청.... 좋은 사람이에요. 엄청."
쑥스럽게 미소 짓는 동훈.
"너 그 새끼랑 바람핀 순간... 너 나한테 사망선고 내린 거야. 박동훈 넌 이런 대접받아도 싼 인간이라구... 가치없는 인간이라구... 그냥 죽어버리라구..."
아내 윤희와 그 대화를 나누던 순간 다 듣고 있던 지안은 아저씨에게 이 얘기를 해주고 싶었을 겁니다.
"괜찮은 사람이에요. 엄청.... 좋은 사람이에요. 엄청."
12화는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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