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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 앤

빨간머리 앤 12화 <앤의 고백>

 

 

 

 

 

 

 

 

 

빨간머리 앤 12화

<앤의 고백>

 

전편에서 브로치를 가져간 범인으로 누명을 쓴 앤.  때문에 그토록 기대하던 소풍에 못 갈 위기에 처해버렸습니다. 소풍 가는 날의 새벽은 어김없이 밝아 옵니다.

아침식사를 가져온 마릴라 아주머니에게 앤이 입을 엽니다.

 

"아주머니. 저 모든지 다 자백하겠어요."

 

"아... 드디어 말이냐? 그럼 어디 니 얘기를 들어보자." 

"제가 자수정 브로치를 가져갔어요. 아주머니께서 말씀한 것처럼 제가 가져갔어요. 방안에 들어갔을 땐 그럴 마음이 없었는데..."

"그런데... 가슴에 브로치를 꽂아 보니까 너무나 아름다웠기때문에 그만 유혹에 져버리고 말았어요. 브로치를 달고 호숫가에 가서요... 코오딜리아 공주처럼 그렇게 거동을 하면 얼마나 멋있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반짝이는 호수에 놓여있는 다리를 건널 때 다시 한 번 잘 보려고 브로치를 빼봤지 뭐예요."

"그렇게 가라앉아버렸어요. 보랏빛으로 변하면서 아래로... 아래로... 물속 깊이요. 브로치가 반짝이는 호수 밑바닥에 영원히 가라앉아버렸어요." 

"이것이 제 고백의 전부예요."

"앤 너무 하잖니. 너처럼 나쁜 아이가 있다는 걸 난 들어본 적 이 없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벌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저를 벌주는 건 아주머니의 의무예요. 어떻게든 그걸 빨리 끝내주실 수 없겠어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가볍고 상쾌한 기분으로 소풍을 가고 싶어요."

 

"소풍이라고? 기가 막혀서... 오늘 소풍에 보내지 않겠다! 앤 셜리! 그것이 너에 대한 벌이야. 그것도 니가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그 절반도 안 되는 벌이란다."

 

"소... 소풍에 못 간다구요? 하지만 가도 좋다고 약속하셨잖아요? 네? 아주머니. 전 무슨 일이 있어도 소풍은 꼭 가야만 되겠어요. 그래서 자백한 거예요. 소풍만은 가고 나서 어떤 벌이라든 마음대로 내려주세요.... 아이스크림을 생각해서라도요. 두 번 다신 아이스크림을 먹을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요..."

 

"아무리 울어도 소용없다 앤! 무슨 일이 있어도 소풍은 절대로 보낼 수 없어! 이제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다오!"

 

앤은 대성통곡을 하며 손으로 침대를 여러 번 내려칩니다. 딱 봐도 앤은 브로치를 가져가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소풍을 가기 위해서 거짓자백은 한 것이 틀림없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풍을 가지 못하게 되었으니 완전히 멘붕이 온 거죠. ㅉㅉ

앤의 과한 반응에 놀란 마릴라. 

 

"원 별꼴이야... 저 앤 정말 미쳤나 봐?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행동을 할 수가 없을 테니까. 정신이상이 아니라면 말할 수 없이 나쁜 아이지. 에휴... 아무튼 린드 부인이 처음부터 제대로 본 거야."

 

아끼는 브로치가 없어진 것 때문에 마릴라도 판단력이 많이 흐릿해진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앤의 무고함도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무튼 마릴라의 마음도 매우 심란해졌습니다.  

심난함을 떨치기 위해 더 집안일에 몰두하는 마릴라.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린 앤.

그 시간 다이애나는 소풍 준비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앤은요 한 번도 아이스크림을 먹어본 적이 없대요. 그래서 오늘 소풍을 굉장히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

점심시간이 되자 앤을 부르는 마릴라.

 

"앤! 내려와서 밥 먹어라."

"훌쩍... 훌쩍... 점심밥 같은 건 먹지 않겠어요.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어요. 가슴이 메어 터질 것 같아요. 절 이렇게 몰아세우다니요. 언젠가 진심으로 후회하게 될 테니까 두고 보세요... 하지만 전 용서해 드릴 거예요. 그때가 오면 제가 용서해 드린 걸 잊지 마세요. 그렇지만 정말 부탁이니 뭘 먹으라고는 하지 말아 주세요. 특히 돼지고기나 야채를 끓인 건 곤란해요. 괴로움을 안고 있는 사람한테 돼지고기나 야채를 끓인 건 너무나 낭만적이지 못하단 말이에요..."

 

"어휴..."

 

구제불능이라는 듯 어깨를 한 번 들썩이고 돌아서는 마릴라.

점심식사를 하면서 매튜 아저씨가 조심스레 말을 꺼냅니다.

 

"브로치를 집어가거나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지... 하지만 그 앤 아직 어린 데다가 아주 재미있는 아이잖아. 그렇게 가고 싶어 하는데 소풍을 보내주지 않다니..."

 

"매튜 오라버니! 오라버니한테는 정말 질렸어요. 난 오히려 너무 간단히 용서해줬다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예요. 게다가 그 아이는 자기가 한 짓이 얼마나 나쁜 짓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난요 무엇보다도 그게 걱정스러워요. 그 애가 정말로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처럼 걱정스럽지는 않을 텐데요. 오라버니는 그 점을 모르고 계신 것 같군요. 덮어놓고 역성을 들어서 두둔만 하고 계시니..."

 

"글쎄다... 그 아이는... 그 아이는 누가 뭐래도 아직 어리잖아? 좀 너그럽게 봐줘야지.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말이야."

 

"그래서 지금 교육을 시키고 있잖아요!"

점심을 먹고도 마릴라는 계속 집안일을 하면서 심란한 마음을 달랩니다.

시간은 흘러 교회에는 벌써 소풍을 가기 위해 아이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다들 즐거워 보입니다.

앤은 소풍을 못 가는 현실을 받아들인 듯합니다. 울음을 그치고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이 오버랩됩니다. 어린 시절 공휴일에 하는 특선만화를 아버지가 못 보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보고 싶어서 며칠 전부터 무척 기대하고 있던 만화영화였죠. 아직도 그 어린 한이 머리에 선명하게 박혀있는 걸 보면 앤의 이 마음과 비슷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깁던 옷이 생각난 마릴라. 자신의 방에 가서 그 옷을 꺼내다가 뜻밖의 발견을 합니다.

그 옷에 잃어버린 자수정 브로치가 달려 있었습니다. 

희미하게 기억도 났습니다. 자신이 브로치를 단 옷을 깁다가 그대로 넣어 놓고 만 것이요. 앤의 결백이 밝혀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후다닥 밖으로 뛰어 나가는 마릴라.

"제리 보스! 즉시 마차를 준비해줘요! 급한 일이 생겼어!"

 

매튜 아저씨의 일을 돕는 마을 청년에게 부탁하는 마릴라. 아직 시간이 있으니 앤을 소풍에 보내려는 것이겠죠.

그리고 앤을 찾아온 마릴라.

"브로치를 발견했단다. 내가 오늘 아침에 들은 그 뜻 모를 자백의 의미를 알고 싶구나."

"하지만 제가 사실대로 자백할 때까지 절 이방에 가둬두겠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전 자백하기로 했던 거예요. 어떻게 해서라도 소풍을 가고 싶었거든요. 어젯밤 잠자리에 들어가서 자백할 문구를 생각해냈어요. 될 수 있는 대로 재미있게 꾸며댔죠. 그래서 잊어버리지 않도록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연습했어요. 하지만 결국 아주머니는 절 소풍에 보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헛된 것이 되어버렸죠 뭐." 

갑자기 웃기 시작하는 마릴라.

 

"아... 미안 미안. 너한테는 졌다 앤.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지금까지 네가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니 말을 의심하지 않고 믿었어야 했는데..."

"물론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자백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에요. 아주 나쁜 짓이지. 그렇지만 내가 그렇게 하게 만든 셈이니까... 그러니 만일 네가 날 용서해 준다면 나도 너를 용서해 주겠다. 그러고선 새로 다시 시작하자꾸나. 자 소풍 갈 준비를 해라."

 

"아... 아이스크림!"

 

ㅎㅎㅎ

자신을 믿지 않은 아주머니고 뭐고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행복해진 앤.

"하지만 아주머니. 이젠 시간이 늦지 않았을까요?"

 

"걱정 말아요. 아직 2시인걸 뭐. 차 마실 시간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어요."

앤의 소풍 간식을 챙겨주는 마릴라.

"제리! 빨리 좀 데려다줘요!"

 

"예!"

 

"다녀오겠습니다."

늦지 않게 소풍에 도착한 앤.

다이애나와 만나 무척 즐거워합니다.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는 오후 티타임이 오기 전까지 아이들은 춤을 배웁니다.

단짝 친구 다이애나와 춤을 추는 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스크림 시간!

다이애나의 손을 붙잡고 1등으로 달려가는 앤.

얼음통에 담긴 생전 처음 보는 아이스크림이란 녀석! 색깔을 보아하니 바닐라맛이네요!

처음 먹어보는 아이스크림.

마음의 친구와 함께 먹으니 더 맛납니다!

뱃놀이를 하던 중 연꽃을 줍다가 물에 빠질 뻔 한 제인이라는 친구.

배가 기우뚱거리자 놀란 다이애나. 앤은 이런 순간도 즐거웠습니다.

앤은 집에 돌아와서 즐거웠던 소풍에 대해 아주머니와 아저씨에게 쉬지 않고 이야기해 줍니다.

식사시간에도...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내가 잘못했다는 건 깨끗이 인정해요. 하지만 좋은 공부가 됐어요. 앤의 자백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터져 나와 못 견디겠지 뭐예요. 웃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거짓말을 꾸며낸 그 얘기가 어찌나... 앤이 거짓말을 한 건 나쁜 일이지만 꼭 그렇게까지 나쁜 것 같지는 않아요. 따지고 보면 내 책임이었으니까요. 그 애에겐 어딘지 모르게 알 수 없는 점이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거예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매튜 아저씨.

 

"그리고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은요... 어떤 집이건 그 애가 있는 곳에선 따분하고 심심 한일은 없을 거예요."

 

"그럴 테지..."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습니다. 잘못한 것 없는 앤에게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마릴라 아주머니와 매튜 아저씨에게 앤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지는 사건이었습니다. 마릴라 아주머니도 자신의 잘못을 충분히 반성하고 있구요.

 

감사 기도를 하며 잠자리에 드는 앤.

12화는 이렇게 마무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