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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 앤

빨간머리 앤 7화 <용서하는 마음>

 

 

 

 

 

 

 

 

 

빨간 머리 앤 7화 

<용서하는 마음>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수다쟁이 린드 부인이 놀러 왔습니다.

원래 남자 아이를 들이려고 한 것을 알고 있던 린드 부인.

행여 마릴라와 매튜가 의무감에 앤을

돌려보내지 못하는가 싶어 조언을 합니다.

 

매튜도 앤을 좋아하고, 자신도 밝고 명랑한 앤이 마음에 들어서

그렇게 결정했다는 마릴라.

 

어쨌든 앤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합니다.

 

밖에서 놀던 앤이 마릴라 아주머니의 부름에 달려옵니다.

앤의 모습을 본 린드 부인은

마음속에서나 몰래 할 법한 말을 내뱉습니다.

 

"정말이지... 얼굴을 보고 데려온 게 아닌 건 확실하군요.

비쩍 마른 말라깽이에, 얼굴이 참 못생겼구먼.

어머나... 게다가 또 주근깨 투성이야.

머리는 또 왜 이렇게 빨갛지? 마치 홍당무 같잖아!"

 

 

스스로도 알고 있는 앤의 모든 콤플렉스를 지적하는 린드 부인에게

앤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났습니다.

ㅋㅋㅋ

 

 

"아주머니 같은 사람은 보기도 싫어요!

딱 질색이라구요!

(중략)

아주머니처럼 야비하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어떻게 남을 그렇게까지 말할 수 있어요?

남이 아주머니에게 그런 말을 하면 마음이 어떨 것 같아요?

너무 뚱뚱해서 볼품이 없고 상상력 같은 건 한 조각도 없어 보인다고...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떻겠어요?"

 

옆에서 말리던 마릴라 아주머니가 앤에게 방에 올라가 있으라고 말합니다.

 

화가 안 풀리는지 쿵쾅쿵쾅 올라가서 방문 '쾅~!'을 시전 하는 앤.

 

"당신도 참 별난 성미로 구만. 저런 아이를 기르려고 들다니!"

 

"미안해요. 하지만 얼굴이 못생겼다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도 좋지가 않네요."

 

사과를 하면서도 린드 부인의 실수를 지적하는 마릴라.

 

린드 부인도 맘이 상해서 나가 버립니다.

 

"가끔 우리 집에 들러줘요. 난 당분간 이곳에 오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린드 부인이 가 버리자 2층에 올라가 앤을 나무라는 마릴라.

 

"참 잘하는 짓이더구나. 너는 부끄럽지도 않니?"

 

"제가 아무리 못생기고 빨간 머리라고 해도 그 아주머니가 그렇게 말할 권리는 없어요!"

 

"너에게도 그렇게 버럭 화를 내거나 버릇없이 말 할 권리는 없어요!

린드 부인이 얼굴이 못생겼다고 말했다고 해서 어째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너 자신도 늘 그렇게 말해 왔잖아?"

 

"스스로 말하는 것과 남한테서 그런 말을 듣는 것은 아주 달라요!

자기 딴엔 그렇다고 알고 있어도 남들은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거예요..."

 

"아무튼 좋은 웃음거리가 됐다. 린드 부인은 오늘 일을

사방팔방 돌아다니면서 소문을 퍼뜨릴 테니까."

 

"하지만 누가 아주머니에게 대놓고 말라깽이에 못생겼다고 말했다고 생각을 해 보세요."

 

 

마릴라 아줌마가 잠시 과거를 회상합니다.

"가엾게도... 왜 이 아이는 살결이 까맣고 이리도 못생겼을까?

쉿~! 마릴라가 듣겠어요!"

헐...

앤처럼 대놓고는 아니었어도,

마릴라 아주머니도 어렸을 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군요.

 

"그야 물론... 린드 부인이 너한테 그런 말을 한 걸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집에 온 손님에게 그런 행동을 해도 된다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린드 부인에게 가서 사과를 하고 오너라.

내가 잘못했으니 용서해달라고 말이야."

 

"그건 할 수 없어요. 그것만은 안돼요!

그밖에 다른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어요..... 린드 부인에게 가서 비는 것만은 못하겠어요."

 

"그럼 네가 스스로 가서 사과를 할 때까지 이 방에서 꼼짝 말고 있거라."

 

"그렇다면 난 영원히 이 방에 있어야 할 거예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잘못했다고 할 수 있어요?"

 

"하룻밤 천천히 자기가 한 일을 생각해보거라.

처음에 넌 이 집에 있게만 해주면 착한 아이가 되겠다고 말하지 않았니?

하지만 그 태도는 그런 것 같지가 않구나."

 

항상 차가운 표정의 마릴라 아줌마이지만,

저는 여기서 마릴라의 현명함을 세 가지나 발견했습니다.

 

첫째, 린드 부인의 잘못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둘째, 그렇다고 앤의 잘못을 넘어가지도 않았다.

셋째, 화가 머리 끝까지 나 있는 앤에게 생각할 시간을 줬다.

 

린드 부인과 앤의 일을 듣게 된 매튜 아저씨.

린드 부인의 수다스러움은 이미 아저씨도 알고 있었나 봅니다.

 

"걸핏하면 남의 일에 참견을 하고 나서는 수다쟁이 할머니를 해댄 건(?) 아주 잘한 거야."

 

"오라버니는 그걸 말씀이라고 하세요?"

 

ㅋㅋ

어렸을 때 이 만화를 보면서 무섭기만 한 마릴라 아주머니가 싫었고,

한없이 다정한 매튜 아저씨만 좋았었는데... 훔...

한참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니 생각이 달라집니다.

 

우쨌든,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앤이 보고 싶어 진

매튜 아저씨는 일손도 잘 안 잡힙니다.

 

식사를 가져다주는 마릴라 아줌마.

앤은 아직 사과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밥은 꼬박꼬박 챙겨 먹으라는 아줌마에게 앤은

밥 생각이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분노는 생존본능 앞에서 밀릴 수밖에 없죠.

아줌마가 나가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앤은 수프와 빵을 맛나게 먹기 시작합니다.

 

마릴라가 농장일 때문에 잠시 집 밖에 나온 순간

매튜 아저씨가 몰래 집안으로 뛰어들어가서 앤을 찾아갑니다.

 

"앤! 어떻게 지내고 있니?"

 

"아... 아저씨군요.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요.

여러 가지 공상을 하고 있어요. 시간이 빨리 지나가게 말이에요."

 

 

"그런데 말이다. 하라는 대로 빨리 해치워 버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마릴라는 한 번 말을 꺼내면 절대로 뒤로 물러서는 일이 없거든."

 

"린드 부인한테 가서 비는 거요?"

 

"그... 그렇지. 사과하는 거.

그저... 그제 일을 조용히 하자는 게야."

 

잠시 고민하는 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저씨를 위해서라면 잘못했다고 말해도 거짓말이 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제 잘못했다는 생각이 드는걸요?

어젯밤엔 조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밤새도록 골이 나 있었거든요...."

 

앤이 의식의 흐름이 보였습니다.

자다가 새벽에 3번이나 깰 정도로 계속 화가 나 있었지만,

아침에는 화가 풀렸고 자신의 잘못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화가 풀리고 맥이 빠졌어도 린드 부인에게 사과하러 가고 싶지는 않았던 앤.

매튜 아저씨를 보고 마음이 바뀝니다.

 

"린드 부인에게 사과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저씨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어요.

아저씨가 원하신다면요."

 

"옳지.. 그래... 물론 그렇게 해 줬으면 한다.

네가 내려오지 않으니까 쓸쓸해서 못 견디겠어."

 

사람이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 있는 때는

소중한 사람을 위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방에 찾아온 건 마릴라에게 비밀로 해달라는 매튜 아저씨.

 

"아주머니... 제가 화를 내고 해서...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린드 부인에게 가서 그렇게 말하겠어요."

 

"좋아. 지금 당장 갈 테니까 머리를 빗고 오너라."

 

린드 부인을 찾아가던 중 갑자기 미소를 띠는 앤.

 

"뭘 생각하고 있니?"

"저... 린드 부인에게 가서 뭐라고 사과를 할 까... 상상하고 있었어요."

"어쩐지.. 반성하거나 사과할 말을 생각하고 있는 얼굴 같지가 않구나."

 

뭐든지 기발한 상상의 힘으로 살아가는 앤.

 

ㅋㅋ

 

린드 부인 댁에 도착하자 앤의 오버스러운 사과가 시작됩니다.

 

"아... 아주머니.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가 얼마나 슬퍼하고 있는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아마 사전을 한 권 다 사용해도 모자랄 거예요.

....

아주머니에게 크게 실례를 했고,

제가 남자아이도 아닌데 초록색 지붕 집에 두어주신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망신시키고 말았어요.

..."

 

 

"아주머니가 사실 그대로를 말했는데

화를 냈으니 정말 잘못했습니다.

아주머니가 말씀하신 건 다 사실이었어요.

 

제 머리는 빨갛고, 주근깨 투성이며,

말라깽이에 못생긴 얼굴이에요.

제가 아주머니께 말한 것도 다 사실이지만,

어른께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것이었어요.

아주머니 제발 용서해주세요."

 

연극 대사 같은 앤의 길고 장황한 사과에

얼굴 표정이 풀어진 린드 부인.

앤에게 덕담까지 건넵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어려서 너처럼 머리가 빨갰지만

나중에 커서 금발이 되었단다."

 

ㅋㅋㅋ

 

앤은 혹시나 자신도 커서 금발이 될지 모른다는 희망에 기분이 몹시 좋아집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 그만하면 썩 잘 된 것 같은데요." (사과)

 

"훌륭하게 잘하더구나 확실히."

 

"어차피 할 바엔 철저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주머니 그런데 제 머리가 정말로 금발이 될까요?"

 

"너무 자기 용모만을 자꾸 생각하면 못써요.

아무래도 넌 지나친 허영 덩어리 같구나."

 

"어? 자기가 못생겼다는 걸 아는데

어떻게 허영 덩어리가 될 수 있어요?

저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것뿐이에요."

 

"마음이 아름다우면 용모 또한 아름다운 법이라고 하지 않느냐?"

 

"전에도 그런 말을 들은 일이 있지만,

정말 그럴까요?"

 

훔... 심오한 대화입니다.

마릴라 아주머니의 말이 고지식하고 교과서적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동의합니다.

 

마릴라 아줌마에게 덥석 팔짱을 끼더니 손을 잡는 앤.

 

"집에 돌아간다는 건 기쁜 일이에요. 

좌우간 내 집이에요.

아주머니. 전 정말 행복해요."

 

흔치 않은 마릴라의 미소가 보입니다.

자식 없이 평생을 살아온 마릴라가 어머니의 기분을 느꼈다는

내레이션이 흐릅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있죠.

벌써 마릴라와 매튜에게 앤은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