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 제롬데이비드샐린저 <책리뷰>

2019. 8. 2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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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국내도서
저자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 / 공경희역
출판 : 민음사 200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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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대략적인 줄거리>

 

주인공은 고3 남학생인 홀든 콜필드. 홀든 콜필드는 아버지가 변호사인 부유층이다. 작가인 형이 한 명 있고, 나이차가 많이 나는 여동생이 한 명 있다. 남동생도 한 명 있었는데 죽었다. 

앞서 3번의 퇴학을 당하고, 4번째 학교인 펜시 고등학교에서도 성적 부진으로 퇴학을 당하게 된 홀든. 퇴학 전 펜싱부 부장으로 시합에 참가하러 갔었는데 지하철에서 짐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학교로 그냥 돌아오게 된다. 돌아와서 스펜서라는 선생을 만난고 기숙사에 돌아와 옆방 친구 로버트 애클리, 룸메이트 스트라드 레이터와 대화한다. 이야기를 지켜보고 있자니 홀든은 나름대로의 객관성은 유지하면서도 학교와 친구들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이 강하다. 그 와중에 룸메인 (진짜?) 바람둥이 녀석이 어린 시절 홀든과 인연이 있던 제인 갤러허와 데이트를 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는다. 홀든은 데이트를 하고 돌아온 스트라드레이터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어 잔뜩 얻어맞는다. 덕분에 예정보다 일찍 기숙사를 나서게 된다. 집에 돌아가지 않고 숙소를 잡아 며칠 묵으려 하는 홀든. 기차에서 같은 학교 학생의 어머니와 같이 앉게 되어 대화를 나눈다. 호텔로 가던 중 택시기사에게 엉뚱한 질문을 한다. 택시 기사는 짜증을 낸다. 호텔방에 들어가 보니 옆 건물에는 각종 변태들이 있다. 혼자 호텔 나이트클럽에 간다. 유명인을 쫓아다니며 관광을 하러 온 여인네들 셋을 만나 합석한다. 여인들과 춤을 춘다. 미성년자라 술을 시켜먹지 못한다. 여인들은 어려 보이는 홀든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나이트에서 나와 다시 스트라트레이터와 제인 갤러허를 회상한다. 예전에 형이 몇 번 데려가 준 술집을 찾아간다. 택시를 타고 가던 중 택시기사에게 다시 엉뚱한 질문을 한다. 홀든은 매번 택시 기사들에게 같이 술을 한잔하자고 권하지만 거절당한다. 술집에 가서 혼자 술을 먹다가 형의 전 여자 친구를 만난다. 홀든이 싫어하는 여자였다. 지루한 대화를 잠시 나누고 호텔로 귀가한다. 방으로 올라오던 중 엘리베이터 보이에게 삐끼질을 당한다. 창녀를 부른다. 불러서 돈을 주고 잠자리는 하지 않는다. 홀든은 대화를 시도해보지만 창녀는 냉소적이다. 나중에 창녀와 엘리베이터 보이가 짜고 홀든에게서 돈을 더 뜯어낸다. 홀든은 눈물을 쏟는다. 다음날 예전에 알고 지내던 샐리 헤이즈라는 여학생에게 전화를 해서 데이트 약속을 잡는다. 중간에 어떤 수녀 2명을 만난다. 수녀들에게 감흥을 받은 홀든은 얼마 없는 돈을 털어 기부한다. 여동생 피비가 생각나 학교로 찾아가지만 만나지 못한다. 샐리와 데이트를 한다. 데이트 도중 샐리에게 같이 가출하자고 제안한다. 샐리는 거절한다. 샐리와 말싸움을 한다. 나중에 샐리에게 같이 떠나자고 한 제의에 대해 무척 괴로워한다. 다시 혼자 방황하다 제인 갤러허에게 전화를 하지만 받지 않는다. 칼루스라는 친구에게 전화하여 잠시 만나기로 한다. 혼자 극장에 간다. 영화는 홀든이 매우 싫어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재미있게 보는 다른 사람이 많았다. 칼루스와 만나고 홀든은 예전에 그랬듯이 성적인 주제의 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칼루스가 거부감을 표한다. 그는 금방 가버린다. 홀든은 혼자 술을 마시다가 샐리에게 잠시 전화를 한다. 다시 혼자 방황한다. 동생 피비에게 주려고 산 음반을 공원에서 실수로 떨어뜨린다. 음반은 깨진다. 여동생이 보고 싶어 집으로 몰래 찾아간다. 경비를 교묘히 속여 집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다행히도 부모님은 없었고 여동생 피비는 자고 있다. 피비를 깨워 대화한다. 동생에게 또 퇴학당한 것을 들킨다. 피비에게 정확한 호밀밭詩에 대한 가사를 듣게 된다. 부모님이 돌아온다. 피비에게 돈을 조금 빌려 몰래 빠져나온다. 좋은 선생이었던 엔톨리니 선생 댁에 방문한다. 대화를 나누고 자려고 하는데 男선생이 이상한 짓을 하게 되어 깬다. 놀라서 선생 집을 황급히 나온다. 알고 보니 홀든은 어렸을 때부터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 피비에게 이별 편지를 써서 전한다. 피비가 자주 가던 박물관에 들른다. 피비가 짐을 싸들고 홀든을 쫒아온다. 같이 떠나겠다고 조른다. 결국 여동생 때문에 가출을 포기한다. 집으로 돌아가 홀든은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가족이나 학교, 친구들에대한 회상은 줄거리에서 생략했다. 대충 정리해보니 특별한 사건은 없는 스토리다. 나는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사회(부모, 학교, 친구)에 대한 홀든의 반항심과 부적응을 온전히 본인의 문제로 보았다. 특정 교과목에 흥미를 느낄 수 없다고 해서 공부를 전혀 하지 않으면 유급이나 퇴학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맘에 안 드는 친구들이야 어느 지역, 어느 학교를 가든 넘쳐나고, 존경스러운 선생이 있는가 하면 속물인 선생도 있는 법이다. 좋은 학교에 보내어 번듯해 보이는 자식을 만들고픈 부모들은 세상에 차고 넘친다. 아니, 대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다시 책의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홀든이 겪은 불행들이 누구나 겪어낼 수 있는 일반적인 것들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펜싱부의 짐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 부원들이 모두 홀든을 비난한 것이나, 대화보다는 돈과 권위로만 자식을 교육하려는 부모,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그나마 의지 할 수 있는 친형은 먼 곳으로 떠났다. 첫사랑인 것 같은 여자애는 바람둥이 룸메이트와 데이트를 하고, 홀든이 데이트 할 수 있었던 여자는 생각과 관심사가 너무 다른 바람기 많은 소녀다. 옛날에 가던 술집에 가보니 속물 덩어리인 형의 전여친이나 만나게 되고, 택시기사들이나 창녀, 칼루스 같은 인물들은 홀든이 하고 싶어 하는 대화에 전혀 맞지 않았을뿐더러 적대적이었다. 혼자 방황하다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만나려 하지만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홀든이 점점 불쌍해진다. 유일하게 숨통을 틀 수 있는 상대는 여동생 피비. 피비는 사랑스럽고 오빠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아이지만 어린 나이 때문에 홀든의 대화 상대로는 한계가 있다. 좋은 선생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 작자를 찾아간 홀든은 어린 시절부터 수십 차례 당해서 깊은 트라우마가 있던 성추행의 상황에까지 내몰린다. (이 부분은 홀든이 오해한 것일 수도 있지만 곱씹어볼수록 성추행의 의도가 있었을 것 같다는 의심이 강해진다.)

 

 

P. 229~230

[너 '호밀밭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는다면'이라는 노래 알지? 내가 되고 싶은건.....]

[그 노래는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와 만난다면'이야] 피비가 말했다.

[그건 시야. 로버트 번스가 쓴 거잖아]

[로버트 번스의 시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어]

그렇지만 피비가 옳았다.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와 만난다면]이 맞다. 사실 난 그 시를 잘 모르고 있었다.

[내가 '잡는다면'으로 잘못 알고 있었나 봐]나는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홀든이 어느 날 거리에서 우연히 듣게 된 노래의 정확한 가사는 동생 피비를 통해 알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홀든의 소망이 드러나는 구절.

 

 

오래전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로도 홀든이 고민하고 힘들어 한 많은 문제들은 지금 시대의 우리나라와도 오버랩되는 요소가 많다. 일률적인 교육제도, 권위적이고 이해심 없는 부모, 불친절하고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  남을 등쳐먹는 나쁜 놈들까지... 

이런 건 인류의 보편적인 특성인 건가? 오래전에 먼 나라에서 써진 소설 속 골칫덩이들이 지금의 우리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이 책이 당시(1951년) 큰 성공을 거둔 이유를 찾아보니 이런 평가가 있다.

<청춘기의 소외감과 순수함의 손실에 대한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서술은 특히 청춘기 독자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책이든, 영화든  이야기의 성공 여부는 '공감'인가 보다.

 

 

읽을 때는 그냥 그랬는데, 읽고 나서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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