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자키스 <책리뷰>

2019. 1.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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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자키스

<책 리뷰>

[알렉시스 조르바의 삶과 행적]




그리스인 조르바
국내도서
저자 :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zantzakis),유재원
출판 : 문학과지성사 201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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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인터파크 도서정보는 '카잔차키스'는 잘못된 발음이란 것을

역자가 책에서 충분히 설명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류를 범하고 있다.

'카잔자키스'가 맞다고 한다.)





<스포주의>


그리스인 조르바



"재밌다. 이 책!"


조르바의 재치 넘치는 입담에 많이 웃었다.

몇몇 인물의 죽음에서는 인간의 이기심,편협함, 잔인함에 무척 화도 났으며,

위선적인 종교의 비판, 인류애에 대한 생각에는 깊이 공감 할 수 밖에 없다.

푹 빠질 만한 이야기다.



카잔자키스는 1941년 초고를 45일만에 써내고 2년이 넘는 긴 시간을 거쳐 탈고 한 뒤 46년에 이 책을 출판 시켰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문학 작품인 만큼 은유나 함축적인 표현이 많아서 읽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화자(대장)의 생각이나 독백에서 그런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읽기 힘든 소설은 아니다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김중혁 작가가 언급한 것 처럼, 스토리가 천천히 진행되는 초반부는 지루할 수 도 있겠으나 중반 이후부터는 상당히(이것도 개인차가 있겠지만) 재미있고 급박하게 전개된다. (나는 초반부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화자(대장)는 35세의 지식인이자 자산가인데 조르바는 이런저런 경험이 많은 60이 넘은 노동자 계급이다. 화자(대장)가 크레타라는 그리스의 섬으로 갈탄광을 개발하러 가면서 조르바를 만나는데, 조르바를 탄광 책임자로 채용하게 된다. 약간은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의 화자가 상남자 조르바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함게 여러가지 일을 겪으며 변화를 얻는다. 화자(대장)는 조르바를 인생의 스승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와 함께했던 날들을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기로 기억한다.




조르바는 정말 화끈하고 멋지고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고집스럽지만 신선하고 재밌다.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세상의 위선과 악(惡)에 대한 그의 조소에 감명을 받는 대상이 화자(대장)에서 나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지식인 소위 먹물들을 경멸한다. 스스로를 자유인이라 칭하는 조르바의 가치관은 모두 인생의 풍파를 직접 몸으로 겪어내며 확립 되었기 때문인지 흔들림이 없다. 직접 겪은 전쟁의 참상을 통해 민족주의나 애국심이라는 허울을 벗어 던졌고, 세상의 넘쳐나는 악(惡)을 보며 신과 종교를 비웃는다.

여자에게는 이중적이다. 여자를 매우 좋아하고 측은해 하는 바람둥이지만, 한편으로는 여자에 대한 심한 경멸감과 편견도 갖고 있다. 결혼을 바보짓이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평생 가는 곳마다 여자를 끊임없이 갈구하고 결혼도 여러 번 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점 이후로 제한 해야 하겠지만, 조르바는 위선적인 쓰레기는 절대 아니다. 끝까지 마담 오르탕스를 배신하지 않았고, 화자(대장)의 장난질에도 그녀를 배려 했으며, 기브 앤 테이크를 원하는 여성은 철저히 그렇게 만났다. 남의 여자를 탐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을 배신한 과거의 여인에게조차 증오심을 갖기는 커녕 축복을 빈다.



화자(대장)는 자신이 깊이 영향 받은 불교철학에 대해서 여러 번 언급하고 책까지 쓴다. 화자(대장)이 조르바에게 그토록 감동 받은 이유도 조르바의 삶이 불교철학에서 말하는 '지금을 살라'는 명제에 충실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P.171

~"비가 오면 마음이 우울해지죠." 조르바가 말했다. "그러니 비에 신경쓰지 말아야 해요."

당연하고 단순한 말인데... 와 닿았다.


P.176

~모두들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악마의 장난인지 마침 그 순간에 한 여인이 젖은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내려뜨리고, 까만 치마가 바람에 날려 무릎까지 훤히 드러난 상태로 카페 앞을 정신없이 뛰어 지나갔다. 그 여자는 옷이 착 들러붙어 펄떡거리는 물고기처럼 뇌쇄적인 싱싱한 몸매를 드러낸 채 도발적으로 몸을 흔들며 지나갔다. ~ 그 여인이 잠시 카페 안으로 번뜩이는 눈초리를 던졌다. 그녀의 얼굴은 발그스레하게 상기되어 빛났고, 눈은 번뜩였다. "하느님 맙소사!" 창가에 앉아 있던 뺨이 통통한 시골 총각이 중얼거렸다. "저주받을 발정 난 년!" 시골 경찰인 마놀라카스가 으르렁거리듯 중얼거렸다. "우리들 사타구니에 불을 지르는구나. 그 불은 한번 타오르면 끌 수가 없지."


자극적인 과부의 등장. 인류의 성욕은 언제부터 더러운 것이 되었던 것일까? 마을 여성들의 질투심과 마브란도니스 노인의 복수심은 대중의 광기를 끌어 내고, 그로인해 과부는 처참하게 살해 당한다. 중세시대의 마녀사냥도 이러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인간의 위선, 잔인함, 종교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귀를 뜯겨가면서도 이를 막으려 한 싸나이 조르바와 나약하기 짝이 없던 화자(대장)가 대비 되기도 했다.


P. 222

~나는 혼잣말을 했다. "다음 생애에는 좀 더 잘 해낼 수 있을거야. 지금은 그냥 가자!"

화자(대장)에게서 나를 보았던 순간.


P. 236

~여자들을 조심해라! 에덴 동산의 사과를 훔쳐서 자기들 젖가슴에 숨긴 게 여자들이다. 그러면서도 지금 잘난 체하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닌단다. 저주 받을 것들 같으니라고! 그 사과를 먹으면 쫄딱 망하지. 안 먹어도 마찬가지로 망한다. 이놈아, 내가 네게 무슨 충고를 할 수 있겠니?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려무나!

조르바의 할아버지 심정을 알 것 같다. 엄청 웃프다.


P. 383

~ '야! 이 무감각한 멍청이 놈들아! 나도 눈이 있고 코도 있다. 하지만 내겐 심장도 있어서 아파할 줄 안다, 이놈들아! 그리고 심장이 있으면, 코나 눈은 없어도 된다! 그런 것들은 산책이나 나가라고 해!'

부불리나(마담 오르탕스)에 대한 조르바의 마음. 인류애란 이런 것일까? 조르바는 적어도 '언행일치'가 되는 사나이였다.


P. 384

~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멀리 아프리카 저편에서부터 뜨거운 남풍이 불어와서 나무들과 포도 덩굴과 크레타의 가슴을 부풀려놓기 시작했다. 섬 전체가 바다에 누워 가슴을 두근거리며 잎새를 부풀리는 따뜻한 바람의 숨결을 받아들였다. 그날 밤 제우스와 조르바, 그리고 남쪽에서 불어오는 선정적인 열풍이 나의 내면에서 서로 섞이면서 검은 수염이 나고 기름진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심각한 표정의 남자 얼굴을 만들어갔다. - 그리고 그 얼굴은 새빨갛고 뜨거운 입술로 마담 오르탕스에게 - 대지에 - 키스하고 있었다.

거 참... 묘사가... 


P. 394

~이제는 나도 생각을 좀 하고 사람을 보죠.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저 사람은 나쁜 놈이다. 불가리아인인가 그리스인인가 하는 게 문젭니까? 이제 내게는 다 똑같아요. 이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인가 아닌가만 묻죠. 그리고 정말이지 나이를 먹을수록, 밥을 더 많이 먹을수록, 난 점점 더 아무것도 묻지 않게 됩니다. 보세요, 좋은 놈, 나쁜 놈이란 구분도 잘 맞질 않아요. 난 모든 사람이 불쌍할 뿐이에요.

P. 396

~내 얘기도 들어보세요. 조국이란 게 있는 한, 사람들은 야수로 남아 있게 마련이죠. 길들여지지 않는 야수로요.

조르바는 단순히 무식한 육체파 마초가 아닌게다. 이정도면 화자(대장)가 스승으로 삼을만한 철학자가 아닌가?


P. 413

~내가 나타나자 그는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그는 콧구멍을 토끼처럼 벌렁거렸다. 목을 쭉 뽑고 숨을 깊이 들이쉬면서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갑자기 밝아졌다. 그는 내 몸에서 나는 과부의 체취를 맡았다. 그가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내 축복을 받으슈!"

그가 내게 말했다.

화자(대장)가 과부와 드디어 동침을 하고 온 것을 눈치채고 무척 기뻐하는 조르바. 하지만 두 사람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ㅠㅠ


P. 472

~슬리퍼는 아직도 충성스럽게 자기 여주인의 발 모양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 형편없는 슬리퍼만이 인간들의 어떤 영혼보다도 더 가슴 아파하며, 온갖 수모를 다 당했던 사랑하던 발을 잊지 않고 있었다.

사람을 두고 종종 짐승보다 못하다는 말을 한다. 마담 오르탕스의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한낱 사물인 슬리퍼 만도 못했다.


P. 538

~나 같은 인간은 천 년을 살아야 마땅한데...... 잘 있으슈!'

이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그러고는 곧바로 베개에 기대 일어나서는 침대 시트를 벗어던지고 위로 펄쩍 뛰었습니다. 그의 부인 리우바와 나, 그리고 힘센 이웃들 몇 명이 그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만 그는 이를 뿌리치고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까지 갔습니다. 그곳에서 창틀을 쥐고 서서는 먼 곳 산을 바라보며 눈알을 굴리더니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는 말 같은 신음 소리를 내다가 창틀에 손톱을 꼿꼿이 박아 넣고는 똑바로 서서 죽었습니다.

매력적인 싸나이 조르바 다운 죽음.





재미 있었고 여운이 남는 띵작 이었다.

카잔자키스와 조르바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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