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골트 이야기 - 윌리엄 트레버 <책리뷰>

2018. 12. 1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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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루시 골트 이야기

- 윌리엄 트레버



루시 골트 이야기
국내도서
저자 : 윌리엄 트레버(William Trevor) / 정영목역
출판 : 한겨레출판 20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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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요약>


배경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문제가 불거지던 1920년代의 아일랜드. 카톨릭 구교를 믿는 하층민들과 신교를 믿는 지주층의 갈등이 극에 달해 있었다. 하층민들의 지주에 대한 적의는 종종 폭력의 모습으로 드러났다. 라하단에 살고 있는 8살 소녀 루시 골트의 아버지인 에버라트 골트는 큰 저택과 토지를 소유한 지주다. 어머니 헬로이즈 골트, 루시, 에버라트는 하인 부부인 헨리와 브리짓과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다. 어느날 청년 셋이 루시의 집을 공격한다. 독을 먹여 개를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려 했다. 루시의 아버지 골트 대위는 방어차원에서 총을 쏘게 되고 호라한 이라는 청년이 부상을 입는다. 호라한을 데리고 청년들은 도망간다. 나중에 골트 대위는 호라한의 집에 찾아가 사과와 보상을 제의 하지만, 이미 깊어져 버린 계층간의 갈등은 그것을 거부한다. 결국 가족의 안전에 위협을 느낀 골트 대위는 아내와 딸을 데리고 떠나기로 결정한다. 


루시는 너무 어려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어린 루시는 아버지의 결정에 반항하고자 숲 속 어딘가로 숨으려 하는데 그 과정에서 다리에 큰 부상을 입는다. 루시의 부모와 하인들은 없어진 아이를 미친듯이 찾아 헤매지만 아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바닷가에서 발견된 루시의 소지품을 보고 사고를 당해 죽은 것으로 착각한다. 큰 충격을 받은 루시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디로 가는지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고 집을 떠난다. 골트 부부가 떠난 후 루시는 하인들에 의해 발견되어 구조 되지만 평생 발을 절어야 하는 장애를 갖게 된다. 골트 대위의 친구인 의사와 하인들이 루시를 찾은 사실을 부모에게 전하려고 애를 써 봐도 결국 찾지 못한다. 친척들에게 연락을 넣어도 아무도 골트 부부의 행방을 몰랐다. 그렇게 루시와 부모님은 서로의 안위도 모른채 평생을 따로 살아 가게 된다. 루시는 하인들에 의해서 키워진다. 


성장한 루시는 부모에 대한 죄책감과 다리의 장애 때문인지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데, 어느날 길을 잘못 들어 자신의 집을 찾아온 레이프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죄책감 때문에 자신의 행복을 도모할 수 없는 루시는 레이프의 구애를 거부한다. 레이프는 결국 떠나고 다른 여인과 결혼하게 된다. 


골트 부부는 전에 알던 그 누구와의 연락도 취하지 않고 이탈리아에 오랜시간 머무는데 루시의 어머니는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홀로 남겨진 골트 대위는 한동안 더 방황하다가 홀로 고향으로 돌아온다. 돌아와서 루시가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되고 만나게 되지만 부녀의 재회는 마음껏 기쁨을 누리기에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버렸다. 루시는 어머니가 타지에서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부녀는 서로가 누구보다도 조심스러운 상대가 되어 버렸다. 나름대로 함께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며 잃어버린 세월을 보상받으려 해 보지만 쉽지가 않다. 


어느날 루시의 집에 어떤 사내가 찾아온다. 루시는 레이프가 찾아온거라고 착각을 한다. 하지만 방문한 손님의 정체는 호라한. 손님의 정체를 알고 루시는 무척 실망한다. 호라한은 자신이 방화를 저질러 루시를 죽였다고 착각하는 정신병 때문에 평생을 괴로워 하며 살았다. 피해자들에게 용서와 구원을 받고자 찾아 온 것이었다. 하지만 골트 대위의 용서조차 호라한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한다. 호라한의 정신병은 무척 심각했다. 호라한은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골트 대위가 죽는다. 루시는 다시 홀로 남겨진다. 루시는 언제부턴가 호라한을 주기적으로 방문한다. 심지어 호라한이 죽은 후 장례식까지 참석을 한다. 루시 본인도 호라한을 통해 자신의 죄를 참회하려는 마음이었을까? 시간은 더 흘러 루시를 보살펴주던 하인 부부도 죽고 루시는 그렇게 늙어간다.




더럽게 어둡고 칙칙한 소설이다. 시대적 비극을 등장인물의 전 생애를 통해 잘 그려낸 소설이라는데... 문학적 의의는 그렇다 쳐도, 읽기 참 힘든 작품이었다. 다 읽고 나니 기분이 나쁘지만 그래도 여운은 조금 남는다.

암튼, 비극을 매우 싫어하는 내 개인적 성향에 비추어 몇몇 등장인물들의 싫은 부분을 따져보고 싶다.



<호라한>

지주 집안을 불태우려 한 청년은 방화에는 실패 했지만, 본의 아니게 그 집안을 풍비박산 내는데는 성공한다. 근데 그로인해 본인의 멘탈도 풍비박산 났다. 불을 내려 했을 때 안에서 자고 있던 사람들이 죄다 불에 타 죽었다면 정신적인 충격이 덜 했으려나? 작가는 젊은 혈기에 정치적 신념으로 무분별한 행동을 하면 이런 비극적인 결과가 따라 올 수도 있다는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골트 부부>

딸이 죽었다고 착각한 건 좋다. 상황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친척이나 남겨진 사람들 누구에게도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평생 연락도 하지 않고 살아간다? 자식을 잃은 슬픔에 몇 년간은 그럴 수 있겠지만, 아무와도 교류하지 않고 평생을 그렇게 산다는 건 슬픔의 비약이 아닐까? 헬로이즈는 그렇다쳐도 에버라트 골트의 그런 삶은 개연성이 부족해 보인다. 

"아놔 ~ 고향사람이나 친척들 중 누구라도 편지 딱 한 통만 주고 받았으면 이렇게 안됐자나!!!"

나는 책을 다 읽고나서... 계속 막 이렇게 외쳤다.



<레이프>

이름부터 눈쌀이 찌푸려지는 이 청년은 멘탈이 매우 약한 금사빠였을까? 루시와 서로 사랑한다는 걸 확인했다. 루시의 상황을 모르고 만난 것도 아니었다. 루시가 자신의 구애를 거부하는 건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라는 걸 빤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극복해보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 큰소리 실컷 쳐 놓고 집으로 돌아가더니 다시 안온다. 그리고 그냥 빠이빠이라니... 이렇게 사랑을 쉽게 포기하는 캐릭터는 소설에서건, 영화에서건, 드라마에서건 본 적이 없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도 없을거 같다.



루시와 헨리, 브리짓, 설리번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내 기준에 문제는 위의 네명이다. 

... 나는 역시 해피 앤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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