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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죽음이란 무엇인가 - 셸리 케이건














죽음이란 무엇인가
국내도서
저자 : 셸리 케이건(Shelly Kagan) / 박세연역
출판 : 엘도라도 201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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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다

<프란츠 카프카>




<목차>


프롤로그 : 삶과 죽음 그리고 영생에 관하여


제1장 : 삶이 끝난 후에도 삶은 계속되는가

죽음을 이야기하기 전에 던져야 할 질문들 / 인간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 육체와 영혼으로 이뤄진 인간-이원론 / 육체만으로 이뤄진 인간-물리주의


제2장 : 영혼은 존재하는가

영혼의 존재 증명 / 최선의 설명으로서의 추론 / 육체는 누가 조종하는가 / 영혼은 체험할 수 있는가


제3장 : 육체 없이 정신만 존재할 수 있는가

육체와 정신은 다르다-데카르트 / 개밥바라기별과 샛별


제4장 : 영혼은 영원히 죽지 않는가

소크라테스의 죽음 / 플라톤의 완벽한 왕국 / 불멸의 영혼-형상의 본질 / 소멸하지 않는 존재-영혼의 단순성 / 정신, 육체가 만들어내는 화음


제5장 : 나는 왜 내가 될 수 있는가

의심스러운 영혼의 존재 / 인간의 정체성과 시공간 벌레 / 영혼 관점에서의 정체성 / 육체 관점에서의 정체성 / 인격 관점에서의 정체성


제6장 : 나는 영혼인가 육체인가 인격인가

같은 문제 다른 대답 / 또 한 명의 나폴레옹-복제문제 / 영혼은 나뉠 수 있는가-분열문제 / 정말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제7장 : 죽음의 본질에 관하여

죽음이란 무엇인가 /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


제8장 : 죽음에 관한 두 가지 놀라운 주장

"나는 결코 죽지 않는다" / "인간은 모두 홀로 죽는다"


제9장 : 죽음은 나쁜 것인가

죽음이 앗아가는 것들-박탈이론 / 죽음은 '언제'나쁜가-에피쿠로스의 입장 / 내가'없던'과거, 내가'없을'미래-로크레티우스의 경우


제10장 : 영원한 삶에 관하여

영생이라는 형벌 / 영원히 살고 싶은가


제11장 :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본질적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 / 경험 기계에 연결된 삶 / 그릇과 같은 삶-그릇 이론


제12장 : 피할 수 없는 죽음의 무거움

반드시 죽는다-죽음의 필연성 / 얼마나 살지 모른다-죽음의 가변성 / 언제 죽을지 모른다-죽음의 예측불가능성 /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죽음의 편재성 / 삶과 죽음의 상호효과


제13장 : 죽음을 마주하고 산다는 것

죽음에 대한 태도-부정·인정·무시 / 죽음은 두려운 대상인가 / 단 한 번뿐인 삶 /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삶의 전략


제14장 : 자살에 관하여 : 죽음의 선택인가 삶의 포기인가

자살은 합리적인 선택인가 / 자살은 도덕적으로 정당한가


에필로그 : 다시 삶을 향하여



잠이 들기 직전 나는 언제나 공포에 사로잡혔다. 죽음의 공포, 나는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죽음이 무서웠다. 죽음의 공포에 짓눌려 실제로 속이 메슥거리고 토할 것 같았다. 내가 두려워하는 죽음은 이 짧은 생 다음에 몇억 년도 더 무의식의 제로 상태로 견뎌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세계, 이 우주, 그리고 또 다른 우주가 몇억년이고 존재하는데 나는 그동안 죽 제로 상태다. 영원히! 나는 사후의 무한한 시간을 생각할 때마다 공포에 질려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오에 겐자부로의 단편집 중에서 <세븐틴>이라는 소설의 한 대목이다. 주인공 17살 소년은 내가 중학교 시절에 겪었던 두려움을 정말 똑같이 표현하고 있었다. 그 감정이 너무 유사해서 소설을 보면서 흠칫 놀라기 까지 했다. 어쩌면 인류가 청소년기에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호기심과 두려움이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 이후로도 '죽음'이라는 개념에 계속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언젠가 다른 책을 사기 위해 들렀던 서점에서 이 책이 눈에 띄었고 별 고민 없이 집어 들게 되었다.



책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면 일단 책 표지는 좋았다. 별나게 생긴 교수님 한 명이 교탁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밝은 표정으로 강의를 하고 있는게 재미있어 보였다. 제목도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비슷하게 지어 놔서 웬지 대박을 칠 것 같아 보였다. 게다가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라는 문구와 EBS, SBS등 방송에서 소개된 이력도 눈에 띄었다. 근데 심오한 깨달음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은... 완벽한 낚시! 오른쪽 위에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과 맨 아래에 있는 '오직 이성과 논리로 풀어낸 죽음과 삶의 의미'라는 문구를 유심히 봐야 한다. 한 마디로 이 책 어렵다. 몇 장 안넘겼는데 머리가 뜨거워지고 눈꺼풀이 자꾸 감긴다. 그래도 꾸역꾸역 끝까지 읽었다. 어려운 책은 다 읽어내면 얻는 것과는 무관하게 일단 뿌듯해진다. ㅎ



<프롤로그>

P. 11

~ 이것이 바로 죽음의 본질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나는 이런 생각들의 허구를 파헤친다. 그리고 영혼이라는 것도 없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영생이란 절대 좋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두려움은 결코 죽음을 바라보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죽음은 미스터리한 사건이 아니다. 그리고 특정한 상황에서는 자살도 이성적·도덕적으로 바람직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나는 죽음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견해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잘못됐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것이야말로 이 책을 통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영혼 그딴거 없엇! 영생 그거 개나 줘. 너 영원히 살면 행복할거 같냐? 아니다 이눔아~!'  저자의 이런 애매모호하지 않은 주장이 마음에 들었다. 종교적인 관점은 철저히 배격한다. 이성과 논리로만 죽음에 대한 여러가지 주장들을 꼼꼼히 따져 보는 것이다. 


P. 12

~ 앞서 이 책이 철학 개론서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개론서는 어떤 배경지식도 요구하지 않는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쉽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일부 내용들은 이해하기 상당히 까다로울 것이다. 그리고 어떤 개념들은 한 번에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두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그럴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술술 읽어 내려가기는 쉽지 않은 엄연한 철학책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그렇다. 절대 쉬운책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책으로 머리에 기름칠 좀 하면서 사는것도 나쁘지 않다. 근데 시간이 정말 남아돌지 않는 한 두 번 읽고 싶지는 않았다. ㅎ


P. 304

~그에게 죽음이 나쁜 것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삶이 그에게 선사했던 모든 좋은 것들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비존재라고 하는 개념으로부터 죽음이 나쁜 핵심적인 이유를 끄집어낼 수 있다. 왜 죽음이 나쁜가? 죽으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존재는 왜 나쁜 것인가? 삶이 선사하는 모든 좋은 것들을 누리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살아있으면 누릴 수 있었던 좋은 것들을 죽고나면 하나도 누릴 수 없다. 삶의 모든 좋은 것들을 송두리째 앗아가기 때문에 죽음은 내게 나쁜 것이다. 


P. 306

~그러므로 가장 끔찍한 불행인 죽음은 사실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한 죽음은 우리와 아무 상관없다. 하지만 죽음이 우리를 찾아왔을 때 우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있든 이미 죽었든 간에 죽음은 우리와 무관하다. 살아있을 때는 죽음이 없고 죽었을 때는 우리가 없기 때문이다.


박탈이론에 대한 설명. 저자는 박탈이론의 모든 설명이 다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이 이론이 가장 바람직한 '죽음은 나쁜놈'이론의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래리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한 비존재의 사유, 존재 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래리들에 대한 경우의 수에 대한 계산이 무척 흥미로웠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urus)의 글은 뭔가 말장난같기도 한데, 죽음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다.


P. 350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삶이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오래 사는 삶이다. 


에필로그에 이미 밝혔듯이 저자는 영원히 산다는 것은 좋지 않다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인격적인 관점에서 내가 한 3만년 정도 살았다고 가정 했을 때, 살아온 삶의 어느 정도나 기억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무려 3만년이다! 부족하면 10만년으로 하자.) 부모님의 얼굴이 기억날까? 첫사랑의 얼굴은? 가장 친했던 친구에 대해서는? 내 인생의 가치관이 50살 즈음에는 어땠는지 누가 3만살의 내게 묻는다면 나는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결국 저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삶의 기준에 나는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P. 386~387

~이와 관련된 또 하나의 질문이 있다. "내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는지 알게 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은가? 내게 주어진 시간을 알게 된다면, 정말로 원하는 일에 더 집중하게 될까?" 이런 질문에 대해 고민해봄으로써 우리는 자신이 삶에서 정말로 어떤 것들을 가치 있게 여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앞으로 1년, 5년,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P. 432~433

~이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살아가는 동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내 인생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어떤 목표를 선택해야 할까?"


감성을 자극하는 자기계발서에서 많이 본 질문이기는 하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있는 이 책에서 묻는 이 질문은 더 진지하게 느껴졌다. 개인의 삶의 의미, 첫번째 가치에 대해 묻는것이기도 하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면 당연히 의미가 있는, 가치가 제일 높은 일에 우선순위를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들은 어쩌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을 자꾸 나중으로 미루며 살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P. 503 ~ 504

~공리주의 관점을 받아들이든 의무론적 대안을 받아들이든 간에, 우리는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자살은 항상은 아니지만 '때로는'도덕적으로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 (중략) ~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고 우리가 그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쉽게 자살 옹호론을 펼친다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이다. 이 결론은 수많은 논리적 과정과 조심스러운 전제를 밑밥으로 깔고 난 후에 내린 저자의 생각이다. 사실 
이런 주제는 너무 민감해서 대부분 도덕적 관점만을 따라 별로 위로도 안되는 감성적인 단어들을 남발하기 일쑤다. "너 이거하고 저거하고 다 따져 본거야?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이 없는게 확실해? 과연 지금 죽는게 개이득일까?"라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한 번 더 바라 볼 수 있게 한다. 게다가 여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안락사의 문제에 대해서도 나는 저자가 내린 결론에 따라 어느정도 기준을 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에필로그>

P. 507

~정말로 중요한 건 이것이다. 우리는 죽는다.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이제 이 책을 덮고 나거든 부디 삶과 죽음에 관한 다양한 사실들에 대해 여러분 스스로 생각해보기 바란다. 나아가 두려움과 환상에서 벗어나 죽음과 직접 대면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다시 사는 것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Death)'
라는 제목의 이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Life)'라는 의문이 떠오르며 마무리가 된다. 어렵고 지루한 논리적 고찰이 많아 읽기 쉽지만은 않았지만, 삶에서 너무 늦기전에 깊이 고민해봐야 할 중요한 문제들에 관심을 돌려준 좋은 책이었다. 


(잡설)

불교에는 '윤회'라는 개념이 있다. 생명이 있는 것은 자신의 업에 따라 여섯 가지의 세상에 번갈아 태어나고 죽어 간다는 내용이다. 기복신앙으로 변질되어 버린 이런 불교의 사상을 나는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시 태어난다는 개념만을 빌려 온다면, 영겁의 시간동안 우주의 시작과 끝이 수없이 반복된다는 가정하에 한 번쯤은 내가 다시 나로 태어나서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어진 적이 있었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