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16. 16:43ㆍ영화
영화 리뷰 <굿 윌 헌팅>
무려 1997년 작품.
이제는 중후함마저 느껴지는 멧 데이먼의 앳된 모습도 볼 수 있고, 그리운 故로빈 윌리엄스의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지금봐도 재미있는데 개봉당시 관객들이 받았던 감동이 어떠했을지 짐작하는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온 주인공 윌 헌팅(멧데이먼). 입양가정에서 부모의 학대도 숱하게 경험했고, 여러번 파양 당한 아픔이 있습니다. 근데 이 친구가 개천에서 난 용 스톼일입니다.
머리가 엄청 똑똑한데 책도 많이 읽습니다. 자신의 뛰어난 재능과 지식을 이용하면 인생이 피는 것도 금방일 것 같은데 웬일인지 빈민가에서 전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초반에 그려지는 환경을 보면 그의 내면에 숨어있는 욕구도 짐작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청소부 알바를 하며 살고 있지만 청소하는 장소가 MIT나 하버드 같은 대학교 입니다. 굳이 이런 장소를 택한 이유가 있을 법 합니다.
MIT수학과의 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풀어보라고 유명한 난제를 강의실 복도 칠판에 내 걸어 두었습니다. 뛰어난 수재들도 모두 풀지 못했는데... 윌 헌팅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 였습니다.
유명한 수학계의 제랄드 램보 교수(스텔란 스카스가드). 학생중 누군가가 문제를 풀었다고 생각하여 강의 시간에 누군지 밝히라고 이야기 하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문제를 복도에 또 적어 놓으니까 웬 청소부가 낙서를 하고 있었습니다.
"얌마 ~! 너 거기다 왜 낙서하고 그래. 일루와바!"
"죄...송해요."
막 도망치는 윌 헌팅. 첫번째 문제를 푼 것도 이 청소부였던 게죠.
윌 헌팅의 인생을 바꿔놓을 램보 교수와의 짧은 첫 만남이었습니다.
윌은 왜 도망쳤을까요?
"아놔... 낙서 아니거든요? 초딩들도 풀 만한 쉬운 문제가 답도 없이 외롭게 있길래 ... 내가 풀어봤수다. 뭐 불만있나요?"
영화에서 윌의 성격대로라면 이렇게 나가야 정상인 겁니다. 근데 윌은 수줍게 도망치고 맙니다.
윌이 유일하게 편하게 이야기 하고 지내는 친구들. 처키를 비롯한 4인방. 항상 어울려 다니면서 쌈질도 하고 음담폐설도 하는 평범한 젊은 날의 친구들 입니다.
하버드에 청소하러 갔다가 저녁에 한잔 걸치러 간 술집에서 친구 처키가 여대생 스카일라에게 작업을 거는 장면.
윌의 인생을 바꿔줄 두번째 만남. 웬 재수없는 남학생이 처키에게 어려운 말로 경제학에 대해 물어보며 시비를 거니까 친구를 위해 윌이 나섭니다. 말빨이고 머리에 든 지식이고 재수없는 녀석은 윌의 상대가 전혀 되지 못합니다. 윌의 섹시한 뇌에 주목하는 스카일라. 결국 스카일라의 전화번호는 윌에게 전해집니다.
여자에게 번호도 받고, 친구들 면도 세워주고... 윌에게 매우 기분이 좋은 날 입니다.
윌은 처키 일행과 함께 어렸을때 자신을 괴롭힌 친구를 찾아가 주먹다짐을 벌이다 경찰서에 끌려갑니다. 머리가 좋은 만큼 법률서적도 꽤 읽어서인지 법정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고 판사 앞에서 자신을 변호 합니다. 하지만 폭력으로 이미 전과가 많았기 때문에 훈방조치가 힘들어지는데... 이 때 윌을 계속 찾고 있던 램보 교수가 구치소에 가서 판사에게 조건부 보석을 신청 합니다. 일정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게하는 조건이었습니다.
마지못해 램보 교수를 따라가 자신의 천재성을 맛보게 해주는 윌. 막노동만 하던 윌도 간만에 머리쓰는 일이 즐거운 모양입니다. 램보 교수에게 마음을 열지는 않지만 잠시 그 상황을 즐기는 듯 합니다.
천재성에 비해 너무 불안한 정서를 갖고 있는 윌. 램보 교수가 알아봐 준 정신과 교수들은 윌의 거만함과 공격성에 견디지 못하고 모두 포기하는데... 결국 학창시절 친구였던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암스)를 찾아 갑니다. 숀은 처음에 거절하지만 램보 교수의 끈질긴 부탁에 마지 못해 일단 만나기로 합니다.
강렬한 첫 만남.
처음 만난 자리에서 윌에게 질문하며 심리를 관찰해보는 숀. 윌도 역으로 숀을 관찰하고 자신도 계속 질문을 던집니다. 이윽고 윌은 자신의 그림과 심리학에 대한 지식을 이용하여 숀을 공격하는데... 먼저 죽은 아내에 대한 윌의 무례한 언사에 화가난 숀. 하지만 상담이 끝난 후 윌의 기대와는 다르게 다음 상담 날짜를 다시 잡습니다. 윌에게 호기심이 생긴걸까요?
그 와중에 열심히 연애는 하는 윌. 스카일라에게 자신은 형제가 많다는 거짓말까지 해 가며 푹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2번째 상담에서 숀은 윌을 공원 벤치로 데리고 나갑니다. 지금껏 보아왔던 정신과 의사들처럼 만만하지 않은 숀. 숀은 윌의 천재성은 인정하면서도 무엇이 부족한지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지적해줍니다. 여기서는 윌도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합니다.
지적이라고는 해도 숀은 진실되게 말하는 방법을 썼기 때문에 윌의 반감을 산 것도 아니었습니다. 노련한 정신과 의사라기 보다 좋은 심성을 가진 인생 선배의 느낌 이었습니다.
윌과 숀은 점점 친해지기 시작합니다. 친구들에게 조차 털어놓지 못하는 속마음도 조금씩 내비치기 시작하는 윌. 상처를 받기 싫어서 연애에 방어심리가 가득한 윌에게 숀은 조언을 해 주고 윌은 그 조언에 따르기 시작합니다.
윌의 여자친구 이야기에 이어 숀도 과거 아내와의 연애시절 이야기를 해 주는데 윌이 이야기에 푹 빠져듭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챔피언 결정전을 하던날 아내를 처음 만난 숀.
"표까지 구해놓고 그 게임을 직접 보지 못했다구요? 생전 처음 보는 여자와 술 마시느라요?"
"그 여잔 정말 매력적이었어."
"빌어먹을!"
"술집 안을 환하게 비출 정도였다구!"
"아무리 미인이어도 그렇지 그런 시합을 놓치다니! 맙소사 근데 친구들이 가만 있었어요?"
"어쩔수 없었거든."
"뭐랬는데요?"
"내 티켓을 주면서. 미안해 얘들아. 난 꼭 만나봐야 할 여자가 생겼어."
(중략)
"농담하시는 거죠?"
"천만에. 이건 20년전 스친 여자 얘기가 아니라구. 그때 말을 걸지 않았으면 난 평생 후회했을거다. 낸시(죽은 아내)와의 18년 결혼 생활도, 아내가 아파서 6년동안이나 일을 관뒀던 것도, 또 병상을 지켰던 2년도 난 후회하지 않아. 그깟 시합 못 본 건 아무 것도 아냐. 후회하지 않아."
매우 진지하고 주의깊게 숀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윌. 윌의 가치관에 변화가 생겼던 대화가 아니었나... 싶었던 장면입니다.
숀에 의해 윌이 변해가는 것에 경계심을 느끼는 램보가 숀을 찾아왔습니다. 윌의 천재성을 생각보다 훨씬 높게 생각하고 있는 램보 교수. 인류의 역사에 길이 남은 천재들만큼 윌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봅니다. 숀은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윌의 의지와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윌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는 숀.
과거 라이벌 관계이기도 했던 사실 때문에 램보 교수는 숀이 자신에게 질투를 느껴서 일을 방해하고 있다고 까지 생각을 합니다. 심하게 다투는 두 사람.
램보교수가 추천해준 일자리의 면접에 친구 처키를 보내는 윌. 연봉이 8만 달라건 얼마건 일단 현금 200불만 줘보라며 거드름 피우는 처키. 웃음 포인트 이기도 했지만, 윌은 램보 교수의 뜻에 순순히 따를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형제에 대한 거짓말도 그랬고 뭔가 계속 자신에 대해 숨기는 윌이 이해 안되는 스카일라. 하지만 윌의 마음속에 있는 방어심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단단 했습니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먼저 상처를 주게되는 윌. 결국 스카일라는 다른 지역으로 떠납니다. 윌이 자신을 잡으러 와주기를 바랐지만 윌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램보 교수는 자신은 풀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윌이 풀어온 해답을 보며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합니다. 그러면서까지 윌을 자신의 길로 인도 하고 싶었나 봅니다. 방법이 나쁘다...기 보다 이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그랬으니까 이렇게 밖에 생각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숀처럼 윌을 한 개인으로 이해하려는 마음보다 뭔가 큰 성과를 얻을 가능성 있는 도구적 관점으로만 보는 램보.
윌의 또 하나의 인생 전환 장면. 여자친구가 떠났다고 하자 처키는 의외의 말을 합니다.
"기분 더럽네. 교수님들과의 일은 어때?"
"다음주면 21살이 돼.(딴청 피우는 윌)"
"일자리 같은거 알아봐 주신대?"
"그래. 앞으로 50년간 책상머리에 붙어 있으래."
"그래도 돈은 많이 벌겠다."
"실험실 생쥐꼴이 되는 거지"
"그래서 여기서 탈출 할 순 있잖아"
"왜 탈출해? 난 평생 여기서 살건데? 너하고 이웃에 살면서 애도 낳고, 리틀 야구장에도 같이 가고 말이야."
"넌 내 친구니까 이런 말 한다고 오해 하지마. 20년 후에도 여기 살면서 노동자로 우리 집에 와서 비디오나 때리고 있으면 널 죽여버릴 거야. 농담 아냐. 정말 없애버릴 거야."
"젠장. 뭔 소리야?"
"넌 우리한테 없는 재능을 가졌어."
"아... 제발. 다들 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난 이 일이 좋다구"
"아냐. 이 빌어먹을 자식! 널 위해서 그러는게 아냐. 날 위해서라구. 50이 되어서도 난 육체 노동을 하구 있을거야. 그건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넌 지금 당첨될 복권을 깔고 앉고서도 너무 겁이 많아 돈으로 못 바꾸고 있는 꼴이라구. 병신 같은 짓이지. 네게 있는 재주를 가질 수 있다면 난 뭐든 다할 수 있을껄? 여기에 있는 친구들도 다 마찬가지야. 여기서 20년이나 썩는건 우리에 대한 모욕이라구. 시간 낭비는 물론이고"
"모르는 소리 하지마"
"내가 모른다구? 좋아. 하지만 이거 한가지는 알아. 매일 아침 너희 집에 들러 널 깨우고 같이 외출해서 한껏 취해서 웃는 것도 좋아. 하지만 내 생에 최고의 날이 언제인지 알아? 내가 너희 집 골목에 들어서서 니네 집 문을 두드려도 네가 없을 때야. 작별 인사도 없이 니가 떠났을 때라구. 적어도 그 순간 만큼은 행복할거야."
윌 헌팅과 헤어지고 싶지는 않아도 자신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친구 처키. 같이 주먹이나 휘두르고 다니는 철 없는 녀석인줄 알았더니 친구에게 고민을 안겨주는 좋은 친구였습니다.
숀을 찾아가 또 한번 윌을 두고 싸움을 거는 램보 교수. 인류의 한 획을 그을지도 모르는 천재인 윌은 자신의 생각대로 정해진 길을 가야 한다고 믿는 램보 교수와 본인이 스스로 판단해서 행복한 삶을 사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숀.
윌은 밖에서 이 대화를 모두 듣게 됩니다.
윌이 들어오자 램보 교수는 돌아가고 숀과 마지막 상담을 하게되는 윌 헌팅. 알고보니 숀도 어린시절 알콜중독 아버지에게 학대받은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윌의 방어심리와 그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었나 봅니다.
이 영화의 명장면이 시작 됩니다.
"그 남자는 항상 탁자에 렌치와 막대기와 혁대를 늘어놓고는 선택 하라고 했죠."
"나 같음 혁대로 하겠다."
"전 렌치를 택하곤 했어요"
"왜?"
"할 때까지 해보란 심정이었죠."
"네 양부였니?"
"네. 평가 결과는 어때요? 애정 결핍 같은 건가요? 버림 받을까 두려워하는 거? 그래서 제가 스카일라와 헤어진 걸까요?"
"헤어진 줄 몰랐어."
"헤어졌어요."
"털어놓고 싶니?"
"아니오."
"윌.... 나도 아는게 많지 않지만... 이 기록들. 모두 다 헛소리야. 네 잘못이 아니야."
"네...알아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봐. 네 잘못이 아니야."
"알아요."
"네 잘못이 아니야."
"안다구요."
"아냐. 몰라. 네 잘못이 아니다."
"알아요."
"네 잘못이 아니야."
"알았어요."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성질 나게 하지 말아요."
"네 잘못이 아니야."
"성질 나게 하지 말란 말이에요. 선생님만이라도!"
"네 잘못이 아니었어."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숀에게 안기는 윌. 마지막 상담에서 숀이 윌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윌은 숀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고 솔직해 질 수 있었습니다.
램보 교수가 추천한 회사로 입사 하기로 결정한 윌. 친구들이 출퇴근 할 때 쓰라고 돈을 틈틈히 모아서 중고차를 하나 조립해 줬습니다. 허름해 보여도 엔진은 쓸만한 거라는 처키. 윌은 입사 결정을 한 후에도 한동안 고민합니다.
어느날 친구 처키가 와서 윌을 불러봐도 안에서는 대답이 없습니다. 유리창 사이로 안을 들여봐도 사람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처키가 말했던 인생 최고의 날이 온 듯 합니다.
결국 램보 교수의 추천 회사로 입사하는 것을 포기하고 윌은 자신의 마음을 따라 가기고 합니다. 스카일라를 찾아 센프란시스코로 달려가는 듯 합니다. 숀이 죽은 아내와의 만남을 얘기 해 준 것과 친구 처키의 배려가 용기를 준 것 같습니다.
영화는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비상한 천재 청년이 소재 였지만, 어찌보면 평범한 청년의 성장이야기 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소개하지 못한 많은 장면에도 재미와 명대사들이 넘쳐 납니다. 1997년에 나온 영화치고는 그렇게 촌스럽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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