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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에세이

3.1절의 단상







<3.1절에... 한국과 일본에 대한 짧은 생각>


증오

3.1절이다

올해가 100주년이다

절실한 마음으로 독립을 외쳤던 선조들을 생각한다

조상님들의 억울했을 삶을 생각해보면 고마운 마음보다 안쓰러운 마음이 앞선다

힘들었겠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든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우리를 증오하는 혐한이란 단어는 많이 쓰는데, 우리가 일본과 중국을 미워하는 혐일, 혐중이란 단어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쁜 단어는 나쁜 녀석들 에게만 사용하는 게 어울려"

라는 마음일까?

국사책을 생각해봐도 이상한 점이 있다. 외세가 우리나라에 쳐들어오면 침략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왜 고구려나 발해의 영토확장은 정복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아내가 일본사람인 대학 동기()가 있다. 그 형의 큰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다. 이름은 지훈(가명)이다. 형이 3.1절이 무슨 날인지 지훈에게 물어봤다.

알아요! 일본놈들이 우리나라를 빼앗았어요. 그래서 ... (중략)!” 

내가 놀라서 물었다. 

형수님 앞에서 그렇게 얘기했다는 거야? 일본놈들 이라고?” 

그렇다고 했다. 형수님에 대한 배려섞인 훈육이 이어졌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그냥 웃어 넘겼단다.

내 친구지만 참 그렇다.

다만 지훈이가 일본 외가에 가면 친하게 지내는 리에(가명)라는 일본인 여자애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 리에는?”

리에는 착한 편()이에요.”

얘기는 이렇게 끝났다

나는 아이가 사용한 놈들이라는 단어에서 일반화되고 확대된 증오심에 대해 생각해 봤다. 

사실 정확히 따져보면 역사적으로 우리를 학살하고 착취했던 건 지금의 일본인은 아니다.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현재 일본인의 대다수는 그저 그들의 후손일 뿐이다. 정치인들의 결정에 의해서 또는 자신들의 선조들이 한 짓 때문에 똑같은 죄인 취급을 한다는 건 그들의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 도 있을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의 선조들이 과거에 어떤 잘못을 했고, 그 잘못 때문에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일반화시켜 비난한다면 지금의 나는 억울할 것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인 중에서도 과거의 사실을 직시하고 있고 그것에 대해 유감스런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없지 않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오에 겐자부로 같은 사람들은 종종 자국에 대해 비판적인 멘트를 날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진보와 보수가 있듯이 그들도 나뉜다


가끔 일본에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뉴스기사에 댓글로 기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신속하게 감정분출을 한 댓글들이 추천을 많이 받는다.

천벌을 받는 거야 이놈들아!” 

고소하다다 뒈져라!” 

피해자들의 선조는 관동대지진 때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누명을 씌워 재일 한국인을 학살했을 수 도 있지만, 한국인에게 친절한 일본인 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아무런 연관없이 그저 자신의 삶만 충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었을 수 도 있다. 자연재해가 나쁜 사람만 골라서 덮칠 리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이웃나라의 그런 악플에 대해 혹시라도 알게 된다면 또 어떻게 될까나는 그런 악플과 아무런 상관이 없고, 심지어 그런 맹목적인 증오심을 반대하지만, 악플러들과 같은 국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증오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그랬듯이 증오는 쉽게 일반화되어 다시 되돌아 가기 때문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일본의 정부가 공식적으로 과거의 사실들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한면 참 깔끔하겠다. 밝혀진 모든 피해사례에 대해 적절하게 보상하고 교과서에 모든것을 사실대로 기록하면 더 좋겠다. 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지금 자유한국당이 최저시급을 10,00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만큼이나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고구려의 타민족 침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심리와 마찬가지로...

그렇다고 불가능 할 것 같으니 다 덮고 넘어가자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어머니가 일본인이고 아버지가 한국인인 친구의 아들 이야기를 듣고, 우리의 혐일감정과 일본의 혐한감정이 앞으로 그 아이의 삶을 얼마나 힘들게 할 지 걱정이 되고 안쓰럽다.


가능성은 없겠지만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통일이 되면 전쟁이 없어 질까?"

물론 통일이 된 지구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는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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