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30. 14:36ㆍ국내TV/국내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4회 <리뷰>
"부조리"
"권위적 조직문화"
"부당"
"옳고 그름"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4화였다.
지난편보다 더 무겁고, 진지했고, 몰입도도 높았다.
선후배간 서로 눈치 보며 엘리베이터를 양보하던 장면.
좀 과한 느낌이었다.
당찬 박차오름(고아라)만이 눈치보지 않고 당당하게 먼저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임바른(김명수)도 머뭇머뭇 거리다가 결국 먼저 타버린다.
ㅋ
동아리 같은 개념의 연구회 세미나.
박차오름의 친한 언니 홍판사 때문에 임바른까지 끌려왔다.
법원장에 간부들까지 죄다 모인걸 보니 딱 봐도 숨이 막힌다.
자율적으로 연구하고 공부하는 세미나라면 조금더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바람직 하겠다.
혼자 연구하는게 훨씬 낫겠다는 바름의 이야기가 이해된다.
멍때리다가 자기도 모르게 질문시간에 손을 들어버린 임바른(김명수).
ㅋㅋ
워낙 똑 소리 나는 캐릭터이다 보니 딴생각을 하다가 이런 위기가 찾아와도
대응능력이 뛰어나다.
흘려들으면서도 발표는 모두 이해한 모양이다.
순간적으로 성공충 부장판사의 발표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날카롭게 지적해버린다.
판사 대장님과의 티타임.
표정을보니 스스로 즐기는 것 같지도 않던데 왜 저런 쓸데없는짓을 하는걸까?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하니, 마지못해 한두명이 뭐라뭐라 해보지만
영 ~ 반응이 없다.
좋은 제안이 저런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나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
ㅎ
출세에 눈이 먼 성공충 부장판사는 세미나에서 임바른이 제시한 내용을
자신의 논문인지 칼럼인지에 게재 했다.
박차오름은 마치 자신의 일인 것 처럼 분노하고 항의하려 한다.
임바른은 박차오름이 일을 크게 만들것이 두려웠는지
자신이 직접 수석부장에게 건의해 보겠다고 한다.
고구마를 먹다 목이 막힌 것처럼 답답한 상황을
시원하게 뚫어주는건 역시 한세상(성동일)판사.
대빵이 있건말건 눈치 안보고 꽉 막힌 꼰대들에게 대놓고 궁시렁 댄다.
ㅋ
승진을 포기한 짬밥되는 직장인의 여유란 이런 것인가?
멋지다!
성공충의 좌배석판사인 홍판사는 알고보니 임신중이었다.
가뜩이나 여자라서 결혼하고 나서는 일 많이 못할까봐 걱정된다고 갈구던 성공충에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란게 뻔한지라... 홍판사는 차마 임신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성공충은 판사로써도 개판이다.
재판의 원고는 판결을 원하는데 억지로 조정을 강요한다.
원고측 변호사는 거의 협박에 가까운 성공충 판사에게 뭐라 속시원히 반박하지도 못하는 상황.
결국 조정건수 실적에 대한 노림수임은 누가봐도 자명하다.
억울한 사람일수록 이런 판사 만나면 암담할 듯 하다.
하다하다 법원 근처에 살고있는 성공충 판사는 자기집 화장실 창문을 통해
밤12시에 자신의 배석판사들 사무실에 불이 켜져있는지 꺼져있는지를 확인해보고
전화를 넣어 홍판사에게 호통을 친다.
완전 개또라이다 이색퀴.
자기도 사무실에 남아 일을 하면서 그런다고 해도 개또라인데,
지는 힘 있는 선배 상관들과의 중요한 술자리에 참석하고 있다. ;;;
아부 치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연신 표정이 굳어있던 수석부장판사(안내상)도 법체처장 거쳐서 얼른 대법관 가시라는 아부에는
씨익 웃어주신다.
잠시 로맨스 컷 하나.
이도연(이엘리아)이 처음으로 정보왕(류덕환)에게 호감을 느끼는 장면.
임신한 직원대신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친절한 판사님.
"어머... 이 남자 멋진데?"
라는 표정이다.
ㅎ
수석부장판사(안내상)에게 찾아간 임바른.
바름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절한 선배 판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수석부장판사는 표절과 선배 판사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바름의 이의제기는 거부한다.
정의를 판단하는 법원. 그 조직의 수석 부장이라는 사람조차
옳고 그름보다는 조직문화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임바른 너는 똑똑하니 앞으로 기회가 엄청 많을거다...
성공충 같은 인물도 조직에서는 필요하다..
문제의 본질을 은근히 회피하는 감정에의 호소.
꼰대들의 흔한 방어수법.
감정에 호소만으로 끝나면 꼰대들의 우두머리가 될 수 없다.
박차오름의 이슈를 들먹이며 약점까지 파고든다.
박차오름이 다칠 수 있다는 생각에 임바른은 항의를 포기한다.
그리고는 돌아간 자신의 사무실에서 박차오름이 홍판사의 문제를 공론화 하려고 하자
임바른은 심각하게 말린다.
"니가 다친다구. 좀 천천히 가! 조직을 바꾸고 싶으면 일단 살아남아야지~!!"
라는 진심어린 걱정에 박차오름은 눈물을 쏟는다.
그리고 매우 분하다.
안그래도 기분 꿀꿀한데 임바른에게 경쟁상대가 나타났다.
대기업 오너 아들
즉, 재벌2세 또는 3세가 되시겠다.
민용준(이태성).
머리스타일은 좀 느끼한데 키도 크고 잘생겼다.
임바른은 긴장해야 한다.
ㅎ
이번화 갈등의 절정.
한 재판의 판결문을 허술하게 작성한 홍판사가 성공충에게 엄청 깨지고 있다.
일이 너무 많아서 그랬다는 변명이 더 큰 비난이 되어 돌아온다.
이 시점에서 성공충을 안깔수가 없다.
11시까지 일하고 12시에 집에 겨우 들어간 배석판사에게 일찍 퇴근했다며 일을 독촉하는 상관은
부당하다. 어쩌다 한 번도 아니고, 매 공휴일에 출근을 강요하는 상관은 너무 부당하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부하 직원에게 과도한 업무를 강요하는 상관은 너무너무 부당하다.
2018년 법정근로시간은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었다.
주5일을 기준 하루 평균 10.4시간을 넘겨 일을 시키지 말라는 이야기다.
오전 9시부터 근무를 시작하면 최소한 7~8시에는 퇴근 시키라는 이야기다.
이건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최소한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이다.
국가기관은 모든 사기업 고용주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자살충동까지 느끼는 홍판사.
이 장면은 옳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판사라는 직업이 그냥 놓아버리기에는 사기업의 직장인들이 사표를 던지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아쉬움이 많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사랑하는 가족, 자신의 목숨과 비교할 정도의 무게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판사라는 직업뿐만 아니라 세상의 그 어느 직업도 자신의 목숨과 바꿀정도의 가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사직을 할지말지에 대한 고민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암튼 이 장면에서 홍판사는 쓰러지고 하혈을 한다.
박차오름이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하지만 결과는 유산.
홍판사는 오열을 한다.
억울할 것이다.
누가봐도 성공충을 때려죽이고 싶은 장면이겠다.
하지만 홍판사가 성공충의 부당하고 과도한 업무지시에 대항할 방법이
정말 없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현실에서도 이것이 어쩔수 없는 귀결이라면 아기들 돌잡이에서 단골메뉴로 올라오는
판사봉은 이제 모두 치워야 한다.
박차오름의 단체행동선동을 알게된 한세상 부장판사.
홍판사의 유산소식을 듣고는 잠시 당황하지만
계속 박차오름을 말린다.
하지만 우리의 우직한 여주인공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러
사무실을 박차고 나간다.
수석부장판사부터 다른 부장판사들까지...
힘있는 동료, 선배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변명하는 성공충.
홍판사의 임신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자신에게 말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거라고 한다.
그것이 거짓말이라는건 모두가 알고 있다.
동료 후배의 안타까움에 처음에는 차분히 대응하지만
출세에 관심이 1g도 없는 우리의 정의감 넘치는 한세상이 그냥 넘어 갈 일 없다.
처음에는 정말 조용히 물어봤다.
"그래서.... 갔다왔어?"
"예? 어딜요?"
.
.
.
"하혈하고 쓰러진 니 배석판사 병문안 갔다 왔냐고오오오오오!!"
개X끼가 홍판사의 임신사실을 몰랐다고 여기저기 변명만 하러 다녔지
아직 병문안도 안가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한세상의 큰 꾸짖음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는다.
임바른도 점점 참기가 힘들다.
옥상에서 고민하던중 학창시절의 일이 떠올랐다.
바름이 정답 오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선생은 정답 오류에 대해 인정한다.
바름은 복수정답처리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다.
선생은 권력자의 아들을 100점 처리하기 위해 바름의 이성을 감정으로 공격한다.
그 시절의 학교와 현재의 직장이 다르지 않았다.
부조리와 부당함에 대한 정의의 심판은
항상 힘 있는 자들을 피해가거나 솜방망이를 휘두르는게 현실이다.
고민끝에 뭔가 결심하는 임바른.
그와중에 이어폰이 고급져 보인다.
ㅋ
또 막아서는거냐고 반항하는 박차오름에게 임바른이 말한다.
"방법이 틀렸다.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자.
내 이름으로 하겠다."
이런 멋진 녀석들.
임바른이 보낸 조직 전체를 수신자로 한 이의 제기 이메일을 확인하고
수석부장판사는 착잡한 표정이다.
4화가 마무리 된다.
우리 사회의 학교와 직장.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다.
부당한 조직문화, 부당한 권력의 작용을 참으로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바름은 과거 배움의 장에서도 정의를 부정당했고, 직장에서도 정의를 부정당하고 있다.
드라마라서 없는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드라마라서 과장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현실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부정청탁이나 뇌물에 관한 범죄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 국회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이 동료 국회의원
들에 의해 거부당하고, 성추행을 당한 여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은 검찰의 수뇌부에 의해 부정당하
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이 될까?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한걸까?
.
.
.
드라마에서라도 위안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해 본다.
박차오름과 임바른이 조직을 뒤엎어 부당한 자들을 끌어 내리고,
다른 동료들에게도 정의의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리고, 정의가 조직문화와 권력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드라마에서라도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
적당한 타협이 아닌 제대로 된 정의실현의 결과가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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